이관범 사회부 차장

내로라하는 서울 시내 강력계 형사들이 사기꾼에게 죄다 돈을 뜯긴 전대미문의 일화가 화제다. 30여 년 동안 1000명이 넘는 범인을 검거하며 강력계 전설로 이름난 이대우 형사는 후배와 경찰 지망생을 위해 자신의 경험담과 조언을 모아 발간한 책에서 ‘형사가 사건에 욕심부리면 일어날 수 있는 치부’라며 비화를 소개했다. 어느 날 경찰서 형사과로 재벌이 연루된 유명 사건과 관내 금은방 털이 미제 사건의 진범을 알고 있다는 제보 전화가 왔다. 직접 만났더니 “진범과 어울리면서 장물 등 결정적 증거를 알아낼 테니 경비를 지원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돈을 받아간 제보자가 남긴 전화 번호는 가짜였고, 서울 관내 31개 경찰서에서 같은 수법으로 속칭 ‘눈탱이’를 당하지 않은 형사가 없다시피 했다. 범인을 꼭 잡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형사들을 상대로 대담하게 사기를 치는 제보자가 있었을 줄이야.

또 다른 일화도 있다. 대마초를 보낸 송장까지 동봉해온 제보 내용을 전달받아 수신인인 치과병원장을 긴급체포하려 했는데, 알고 보니 제보자로부터 수억 원을 뜯긴 피해자였다. 피해자가 제보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면서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범죄를 덮기 위해 범죄 혐의를 덮어씌운 것이다. 보이는 것을 전부라고 믿으면 자칫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 수 있다. 그는 “흔히 ‘제보자’라고 하면 정의감으로 범죄를 신고하는 사람이라 여긴다”면서 “제보자가 바로 범죄를 기획한 사람일 줄 누가 처음부터 상상이나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제보냐 공작이냐. 이를 놓고 언론과 정치권은 물론, 법무부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까지 전례가 없는 ‘진실게임’과 ‘충돌’ ‘공방’을 빚게 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24일 밤에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해 수감자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겁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뒤를 캐려 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일 “검사가 기자와 공모해 재소자에게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별건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협박해 특정 인사의 비위에 관한 진술을 강요한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제시된 상황”이라며 결과를 예단한 채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박탈하는 초유의 위법성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MBC의 함정 취재를 도운 제보자 X를 상대로 이 전 기자가 한 말이라면서 ‘사실이 아니어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하라 했다’는 글을 SNS에 올린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없는 말을 만들어 명예훼손을 했다는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발당한 상황이다. 고발한 측은 권력 수사를 하는 검찰을 무력화하는 전형적인 ‘권언유착’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앙지검 수사팀에서 강요미수 공모의 강력한 물증으로 삼아온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과의 면담 녹음 파일’이 전격 공개되면서 진실의 문은 또 한 번 흔들렸다. 한 검사장이 “유시민한테 관심 없다”고 발언한 육성이 확인되면서 정말 검언유착이냐는 의문이 다시 강하게 제기된 것이다. 공개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편파 발언과 행위를 멈추지 않아 온 추 장관과 최 대표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정말 두 사람 눈에 보인 것이 전부인지, 아니면 또 다른 진실이 있는지는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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