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부는 지난 22일 2020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정책 목표가 ‘경제위기 조기 극복 지원 및 포용·상생·공정 기반 뒷받침’임을 명백히 했다. 부자 증세를 통해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는 게 이번 개정안의 취지임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부자 증세로 경제위기 극복이 가능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증세란 기업의 투자와 개인들의 근로 의욕을 위축시켜 오히려 경제성장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정책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정책을 일반적으로 운용해 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고소득자 세율 인상과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을 통해 소수 부자와 다수 서민을 구분하는 정략적 세정(稅政)을 강행하고 있어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우선, 고소득자 세율 인상과 관련해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연간 과세표준 소득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이들에게 45%의 세율을 적용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즉, 연간 과세표준 소득이 5억 원을 초과할 경우 적용하는 현행 최고 세율 42%를 45%로 인상한 것이다. 지방소득세를 합하면 최고 세율은 49.5%에 달하게 된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경제위기 극복과는 상관 없는 편가르기 조세정책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번 증세로 연간 9000억 원의 세수 확대가 예상되지만,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이 48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높아지면서 연 세수가 2000억 원 줄어들고 금융 투자 소득 기본공제 기준을 5000만 원으로 올리면서 세수가 전체적으로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 기본원칙을 지켜 선진국들처럼 세원을 확대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참고로, 미국(37%)·캐나다(33%)는 물론이고 복지 강국 스웨덴(25%)도 우리 개정안보다 훨씬 낮다. 전체 소득세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17년 기준 78.5%로 미국(70.6%)과 영국(59.8%)·캐나다(53.8%)보다 훨씬 높다. 그 반면,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는 올해 약 700만 명 정도로 전체 근로자의 40%에 해당한다. 이러한 비율은 영국 0.9%, 일본 15.5%, 미국 32.5%와 비교할 때 확실히 과도하게 높다.

개정안의 다주택자 종부세 인상 또한 편가르기가 심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과표 94억 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는 종부세 최고 세율을 6.0%로 인상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이는 현행 3.2%의 배나 되는 수준으로, 12·16 대책 당시 제시한 4.0%보다도 2.0%포인트 높다.

결론적으로, 이번 세법 개정안은 경제위기 극복보다는 소수 부자와 다수 서민을 편가르기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조세정책이다. 이는 다수 서민과 관련된 증권거래세의 1차 인하 시점을 대선이 있는 2022년에서 1년 앞당기고, 금융투자 소득 기본공제 기준을 당초 예고한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린 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전 세계적으로 일정액 이상의 자산 또는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비례적 또는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부유세 제도는 재산의 해외 도피를 초래하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폐지하는 나라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번 세법 개정안 역시 세계적 추세에 맞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정책 목표에 충실한 개정안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그 기조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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