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리더십 추적한‘언박싱’

1년 6개월에 한번 꼴로 화내
관료집단의 ‘박스 사고’경계


위기와 변화의 시기마다 거듭 소환되는 우리 역사 속 지도자가 있다. 14세기 조선의 중흥을 이끈 세종대왕이다. 이홍 광운대 경영대 교수의 신간 ‘언박싱’(교보문고)은 창조적 생각이 꽃피우게 한 세종 리더십의 비밀을 추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이토 준타로 등이 쓴 ‘과학사기술사사전’을 인용해 세종 재임기를 “인류사적 관점에서도 최고 수준의 ‘창조 절정 시대’”라고 규정했다.

이 사전에 1400∼1450년 각국의 창조적 성과물을 헤아린 결과가 실렸는데, ‘C(중국) 4, J(일본) 0, K(한국) 21, O(기타 국가) 19’였다. 전 세계 창조적 성과물 44개 가운데 47.7%가 조선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상당 부분이 세종의 재위기(1418∼1450년)와 겹친다.

이 교수는 세종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밀을 ‘박스 사고 탈출’, 다시 말해 ‘생각 언박싱(unboxing)’에서 찾는다. 모든 사람은 마치 사과 상자를 머리에 뒤집어쓰듯 자신의 경험에 갇혀 ‘박스 사고’를 한다. 하지만 세종은 제왕이라는 리더가 겪는 박스 사고의 위험성을 간파했고, 이를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박스 사고 탈출을 위한 세종의 방안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생각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집현전 학자들처럼 기존 관료와 다르게 생각하는 집단을 구성하고, 자신과 신하의 사고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찬반 충돌을 즐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세종의 리더십이 발현된 것은 ‘생각 몰지 않기’ 노력이다. 생각을 한 방향으로 모는 것을 ‘선택적 점화’라고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리더가 화를 내는 것이다. 이러면 부하들이 리더의 입맛에 맞추기 때문에 결국 리더는 물론, 집단 전체가 박스 사고에 갇히게 된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통해 주요 왕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화를 낸 횟수를 비교해 보면 세종의 노력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세종은 379개월의 재위 기간 21회, 월 평균 0.06회 화를 냈다. 1년6개월에 한 번꼴이다. 이는 2개월에 한 번꼴인 태종, 4개월에 한 번꼴인 영조와 비교해 세종이 훨씬 더 분노 조절을 잘했음을 보여준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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