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성적표

해외IB “韓 올 성장률 -0.4%
대만은 최고 1.7%까지 가능”
한국 증시상승률 18.8%인데
대만은 24.1%로 회복 빨라


수출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이자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으로 함께 꼽혔던 한국과 대만의 경제 성적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엇갈리고 있다. 대만의 경우 코로나19 초기 진압에 성공하면서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대만에 대해 올해 플러스(+) 성장까지 예상하고 있다. 또 국내 증시에서 ‘셀코리아’(Sell Korea)가 이어지고 있는 사이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만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27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해외 9개 IB들이 전망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0.4%로 나타났다. 대만의 경우 9개 IB들의 전망치 평균이 0.1%로 집계돼 플러스 성장이 예상됐다. 씨티그룹은 대만에 대해 최고 1.7% 성장까지 내다봤다. 똑같이 글로벌 밸류체인(가치 사슬) 훼손에 따른 타격을 받았지만, 대만은 수출 감소 폭도 적은 편이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대만의 6월 수출과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8.6% 떨어지는 등 악화했지만 한국의 하락 폭보다는 작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직접적으로 비교 언급하기도 했다.

증시 상황도 대만 증시의 회복 속도가 더욱 빠른 상황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내 한국 지수의 경우 최근 3개월 간(지난 24일 종가 기준) 18.8% 올랐다. MSCI 대만 지수는 같은 기간 24.1% 상승했다. 대만 가권 지수의 경우 이미 지난 9일부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직전 고점(1월 14일 12179.81)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는 아직 직전 고점(1월 22일 2267.25)을 넘기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대만 증시에서 ‘사자’ 기조를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8주 누적 14억20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순매도했다. 반면 대만 증시에서는 무려 42억2000만 달러(약 5조521억 원)를 순매수했다.

오윤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통상팀 전문연구원은 “대만의 경우 초기에 해외 유입과 지역 확산을 막으면서 경제 활동 위축을 방어해 투입해야 할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만 증시에서 기술주 비중이 큰데 해당 종목들의 실적 전망이 밝으면서 대만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또 대만은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중국 측 수요 회복 등에 대한 수혜를 많이 받은 국가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한국 경제가 노동비용 생산성 측면에서 이미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지나가더라도 여전히 대만이 한국보다 비교 우위가 있다”고 우려했다.

송정은 기자 eun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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