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보(36)·김규민(여·26) 부부

저(규민)와 남편은 피아노 학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전 음악치료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피아노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찾은 학원에 남편이 먼저 다니고 있었죠. 체육 교사인 남편은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사실 남편은 제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저희는 영영 인연이 안 닿을 줄 알았죠. 그런데, 알고 보니 저희 둘의 친구가 서로 아는 사이였습니다. 친구들 소개로 인사하게 된 저희는 친한 오빠·동생 사이가 됐습니다.

관계가 발전한 것은 제가 재활의학 병원에 다니면서부터입니다. 체육을 전공한 남편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거죠. 남편은 저와 병원에 함께 가주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데이트 아닌 데이트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편하게 병원 가기 전후 밥을 먹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남편이 말끔한 셔츠를 입고 오더라고요. 저도 괜히 원피스를 입고 향수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학원 회식 날 제가 테이블 밑으로 오빠 손을 먼저 잡았고, 그렇게 연애가 시작됐습니다.

연애 2년 차, 집에서 뒹굴고 있던 제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집 근처니 잠깐 나와 커피 마시자고요. 저는 집에 있던 차림 그대로 모자를 눌러쓰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웬걸, 남편이 한껏 차려입은 채 제게 프러포즈하는 겁니다. 눈물이 터졌습니다. 감동해서가 아니라, 이 꼴로 프러포즈를 받은 게 억울해서요. 제가 다시 프러포즈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몰래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케이크와 신발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오빠가 별로 놀라지 않더라고요. 오기가 생겼습니다. ‘반드시 울리고 만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프러포즈를 준비했습니다. 결혼 관련 곡을 연주해 영상을 만들었죠. 그러고는 웨딩 촬영차 간 제주도에서 편지와 함께 영상을 틀어줬습니다. 남편이 드디어 펑펑 눈물을 쏟더라고요. 프러포즈에 프러포즈를 거듭한 끝에 저희는 2019년 10월 5일 결혼했습니다. 앞으로도 서로가 특별한 존재라 느껴질 수 있게 항상 서로를 아끼며 살고자 합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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