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작(露雀) 홍사용(1900∼1947) 시인의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시 전문(前文)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머니가 살아계시기만 하면 그 앞에서 ‘어머니의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아닌가. 그런데 시왕전에서 쫓겨난 눈물의 왕, 그 때문에 어머니는 왕을 낳고는 속 아픈 눈물만 흘리셨다. 벌거숭이 어린 왕도 어머니의 눈물을 따라서 발버둥 치며 ‘으아’하고 소리쳐 울었다.
노작, ‘이슬 맞은 참새’라는 시인의 호를 생각한다. 그가 살던 당시, 일제강점기의 절망도 포함됐겠지만, 그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눈물과 울음으로 봤다. 지열이 끓는 복중에 나를 낳고 비애로 생을 마감하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어느 생일에 나는 이 시를 외우며 가슴을 쳤던 적이 있다. 맨 처음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만 그것은 속 아픈 눈물이었고 내가 처음 드린 말씀은 ‘젖 주셔요’였지요마는 그 또한 ‘으아’하는 울음이었다. 눈물 말고 무엇을 바치리. 오늘은 내가 태어난 날이다. 손 씻고 책상 앞에 정좌해 크게 갚는다는 ‘대보부모은중경’을 펼쳐 든다. 자식 위해 못할 일 없는 부모는 죄도 짓는다는 ‘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에 이르러 그만 목이 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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