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 이반
하산 길 文대통령 아킬레스건
의도와 달리 주요 정책 역효과
집권 세력 주축인 운동권 출신
철학 빈곤과 이념 과잉 부조화
욕먹을 각오로 잘못 시정해야
부동산 정책이 하산 길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심각한 민심 이반에 따른 조기 레임덕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가격이 되레 올라가는 정책 실패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집값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가 사흘 뒤엔 “그린벨트는 보존해야 한다”고 번복하면서 그린벨트로 지정된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23번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문 대통령 말을 철석같이 믿고 갖고 있던 집을 팔거나 사지 않았던 국민은 뒤통수를 맞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현 정권에서 아파트(25평)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3년 새 4억5000만 원이나 상승해 ‘이생집망’(이번 생에서 집 사기는 망했다)이란 말이 현실이 됐다.
성공에 법칙이 있듯이 실패에도 법칙이 존재한다. 현 정부 정책 실패에도 일정한 룰이 있다. 타고난 유전자 같은 것이다. 200여 년 전 프랑스 혁명을 주도했던 ‘서민 변호사’ 출신 로베스피에르는 모든 아이가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반값 우유 정책을 시행했지만, 결과는 우유 값 폭등으로 돌아왔다. 손해를 보고 우유를 팔던 낙농업자들은 젖소를 팔아 치웠다. 그런 낙농업자를 돕겠다며 건초 가격을 반값으로 내렸지만, 건초업자들은 건초를 불태우는 방법을 택했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권 강화, 신재생에너지 정책 등은 의도는 선했지만,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소득주도성장은 자영업자와 알바생 등 취약계층의 소득을 올려주기는커녕 일자리를 빼앗는 재앙이 됐다. 탈원전 정책은 최우량 기업이었던 한국전력과 두산중공업에 악몽 그 자체다. 대북정책은 남북 관계에서 ‘갑’이자 운전자는 핵을 쥔 김정은이며, 지금의 평화는 북한에 대한 저자세를 유지할 때만 가능한 굴욕적인 조건부 평화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던 검찰 개혁 정책은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고, 법의 지배 원칙을 훼손하며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현 집권 세력의 주류는 민주화·시민 운동권 출신이다. 대한민국을 바꾸고 주류 세력을 교체하려는 이념 지향성이 강하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권력을 갖고 있고, 이념이 강하다고 해도 세상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면 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좋은 정책은 비전에서 나오고 비전은 인간을 탐구하는 철학에서 얻을 수 있다. 젊은 시절 목숨을 걸고 독재정권과 싸웠던 운동권 세력에 철학은 당시 사치였다. 민주화 성공 이후 열심히 공부한 이도 드물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 집권 세력을 향해 “철학이 빈곤하다”고 일갈했다. 이념은 강하고, 철학은 빈곤한 인식론 부조화가 이들의 특징이다. 그래서 무능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좋은 의도만 강조한다. 정책이 실패하면 책임을 지지 않고 국민과 반대파 탓으로 돌린다.
무능하더라도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고 하던 일만 하면 중간은 간다. 조국 전 장관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집권 세력을 대변하는 인사들이 위선과 ‘내로남불’ 행태를 부끄러워하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백년대계인 수도 이전 문제를 서울 집값을 잡는 데 쓰겠다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이 필요할까. 정책을 정치로 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이 국민과 나라에 어떤 해를 끼칠지 걱정부터 든다.
문 대통령의 편향적 국정 운영 방식은 정책 실패의 촉매제였다. 정책 성공을 위해서라면 욕도 먹고, 칼도 휘둘러야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내며 칼을 휘두른 것은 적폐청산 등 반대파 보복 때였다. 문 대통령은 정책이 설령 잘못됐다 하더라도 도중에 변경하는 것보다 끝까지 가는 게 더 좋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 같다. 거듭된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니 실패가 되풀이되고 있다. 그럼 2년도 안 남은 임기 동안 문재인 정권이 성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과 정반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용기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