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홈즈’ 전원주택 등 소개
‘삼시세끼 어촌’ 섬에서 유유자적
‘여름방학’ 바닷가서 한 달 살기
좁은 아파트 탈출 욕구 자극
집콕시대에 힐링… 대리만족도
집값이 논란이 되는 시대, 부동산 관련 TV 프로그램이 갈수록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집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거나, 주거공간 선택의 고민을 해결해주며 고가 부동산의 압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에 짓눌린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하고 있다. “거기 나왔던 그 집에서 여유 있게 살아보고 싶다”는 판타지의 실현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MBC ‘구해줘! 홈즈’(왼쪽 사진). 지난해 3월 첫 방송 이후 갈수록 상승세다. 일요일 심야 시간대(오후 10시 45분)에 방송되는데도 시청률이 6∼8%를 오르내린다. 같은 시간대 최고다. 특히 방송국이 구매력과 관련해 중요한 지표로 삼는 2049(20∼49세) 시청률이 가장 높다. 3.5∼4.5%로 이 부문 26주 연속 1위다. ‘먹방’ ‘쿡방’이 점령한 TV 프로그램에서 유독 빛난다.
26일 방송에선 경기 양평에서 9억 원대의 카페 겸 주거용 집 찾기에 나섰다. 예능에 잘 안 비치는 배우 이종혁, 조현재가 게스트로 나와 발품을 팔며 의뢰인을 위한 집을 살폈다. 시원한 자연 풍광과 그림 같은 집이 어우러져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네티즌들은 “구해줘 홈즈병 걸려 (전원)주택에 살아보고 싶다” “저건 내가 사고 싶다. 진심으로”라며 호감을 드러냈다.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각종 SNS에는 ‘구해줘 홈즈에 나올 집’이나 ‘홈즈에 나왔던 집’ 같은 게시물이 돌아다니고 있다. 유튜브엔 아파트, 전원주택, 인테리어에 관한 콘텐츠가 흘러넘친다.
tvN에선 부동산 관련 프로그램 3개가 동시에 방영되고 있다. 성동일·김희원·진구가 호스트인 ‘바퀴 달린 집’, 신애라·박나래·윤균상이 물건 정리 노하우를 알려주는 ‘신박한 정리’, 정유미·최우식이 진행하는 ‘여름방학’이다. 모두 코로나19로 갑갑했던 6∼7월에 잇달아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이 중 ‘바퀴 달린 집’과 ‘여름방학’은 집을 통한 힐링이라는 점에서 맥이 닿아 있다. 외딴곳의 전원주택을 구하는 게 아니라 아예 트레일러 집을 자연 속으로 옮겨가 ‘셀프 힐링’하거나, 마음만 먹었지 막상 실천하기 힘든 ‘한 달 살기’에 도전한다. 몇 회 되지 않았지만 시청률이 각 5% 내외로 높은 편이다. ‘신박한 정리’는 안 쓰는 물건을 버리면서 집 공간을 재구성한다.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의 영상화다. 사실 새로울 게 없는데도 ‘비움의 미학’을 보여주며 시청률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사람들은 요즘 부동산의 현실과 로망 사이에서 괴리를 느낀다. 특히 코로나19 속에서 나만의 안전한 공간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며 “‘여름방학’은 ‘한 달 살기’의 실천으로 시선을 끌고, 차승원·유해진의 ‘삼시세끼 어촌 편’은 유유자적한 삶으로 꿈같은 집에 대한 갈망은 크지만 현실은 좁은 아파트에 묶여 있는 사람들의 탈출 욕구를 건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 필(FiL) 채널의 ‘홈데렐라’와 SBS CNBC의 ‘집 보러 가는 날’도 리모델링과 부동산 구하기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여줘 관심을 받고 있다. ‘홈데렐라’는 지난해 10월부터 준비해 지난 4월부터 방영됐다. 첫 회에서 10회까지는 TV조선에서도 방송됐는데 시청률이 2%를 오르내리며 인기를 끌었다. ‘집 보러 가는 날’은 지난해 말 시작해 입소문을 꽤 탔다. ‘구해줘! 홈즈’의 교양 버전으로 보면 된다. 더 많은 전문가가 출연해 의뢰인의 선택을 돕는다. 역시 집에 관한 ‘대리만족’ 욕구를 풀어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홈데렐라’의 김용규 PD는 “2∼3년 전부터 집과 공간에 대한 프로그램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게 코로나19 와중에 더 인기를 끄는 것 같다. 30평대 아파트 리모델링에는 30대 여성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전원주택 고쳐 살기에는 50대 남성이 주목한다”면서 “집은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늘 관심의 대상이고 최근엔 이런 욕구가 연령대별로 훨씬 구체화하고 세분화하는 것 같다. 당분간 이런 트렌드가 지속될 듯하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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