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용인경전철’ 파기환송

“지자체 위법 행위·업무 태만
주민소송 제기할 수 있다”
전국 부실사업 소송 잇따를듯


대법원이 29일 ‘혈세 먹는 하마’ 지적을 받아온 용인 경전철 사업의 책임을 묻는 1조 원대 소송에 대해 7년 만에 주민들 손을 들어줌에 따라 앞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부실 사업에 대한 주민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무리한 선거 공약을 남발하고 부실 사업을 밀어붙이는 지자체장 등의 ‘묻지 마 사업’ 행태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지자체가 사업의 적정성 등에 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민간 투자사업을 추진하다가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면 주민들이 지자체로 하여금 지자체장 또는 계약 당사자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요구토록 하는 주민소송을 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으로, 2005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소송제도 도입 이래로 지자체의 민간투자사업 건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인 것으로 법조계는 평가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9일 안모 씨 등 8명이 “용인시장은 경전철 사업 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라”며 낸 주민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용인시는 김학규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10년 민간자본 투자방식으로 1조32억 원을 들여 경전철을 완성했지만 운영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사와의 법정 다툼으로 3년간 운행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해 배상금 8500여억 원을 물어주기까지 해야 했다. 이후에도 경전철 적자는 계속됐다.

1, 2심은 주민소송 대상을 주민감사 청구 사항으로 좁게 보고 원고들의 주민소송 청구 부분 다수를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관련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면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민간투자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지자체의 재정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파급력 있는 재무회계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지자체의 위법한 행위나 업무를 게을리한 사실과 연관된 부분에 대해서는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막대한 주민 세금을 낭비하는 지자체의 무분별한 민자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 전국 각지에서 관련 주민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기준 용인시 이외에도 세종특별자치시 등 전국에 총 4건의 주민소송이 진행 중이다. 과다한 수요 예측을 근거로 무리하게 추진하다 파산까지 초래한 의정부경전철 사업도 의정부시가 주민 혈세로 투자가에게 거액을 물어준 바 있다.

이희권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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