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못받아 대출금 연체
보유한 토지 경매 넘어가기도
3년째 지정고시 해제 안해
개발 등 재산권 행사마저 못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경북 영덕군 천지 원전 건설사업을 중단시키고도 2년이 넘도록 원전 예정구역 지정 고시 해제를 하지 않고 재산권 행사마저 제한해 지주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원전 건설에 따른 보상을 기대하며 미리 대출한 돈을 갚지 못해 재산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개발행위를 못한 땅이 황폐화하고 있다.

조모(여·67) 씨는 영덕읍 석리 일대 임야 7만6000㎡를 담보로 대출한 원금 3억2000만 원과 이자 1200여만 원을 갚지 못해 지난 23일 은행으로부터 경매 최고장을 받았다. 조 씨는 “노후에 전시관을 짓기 위해 1984년 매입한 임야를 담보로 5년 전 대출했으나 원전 예정지로 묶이는 바람에 개발행위를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매매자도 나타나지 않아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원전 건설을 예정대로 진행했더라면 보상이 이뤄져 문제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면서 “돌연 백지화하는 바람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2012년 9월 영덕읍 석·매정·창포리 일대를 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탈원전과 신규 원전 백지화를 선언했고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2018년 6월 천지 원전 1·2호기 건설 백지화를 의결했지만, 고시 해제는 미뤄지고 있다.

최모(여·62) 씨는 4년 전 영덕읍 매정리 과수원(면적 1700㎡)을 담보로 은행에서 6000만 원을 대출받아 딸에게 줬다. 최 씨는 “원전이 건설되면 보상받아 갚기로 하고 대출했는데 백지화되면서 거꾸로 딸이 모은 돈으로 2000만 원을 우선 변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설상가상으로 원전건설을 위한 하천 조성에 과수원 일부가 편입된 이후 배수 시설 불량으로 나무가 모두 죽어 과수원 농사마저 짓지 못하게 됐다. 최 씨는 “정부가 원전을 만든다고 해서 협조했는데 돌아온 것은 빚과 못 쓰게 된 땅뿐”이라면서 “주변에 이러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수원은 원전 고시가 해제되면 예정부지 일대에서 우선 매수한 토지는 환매를 통해 보상금을 되돌려 받을 방침이다. 우선 매주 지주는 전체 예정부지 지주 850명(324만㎡) 가운데 19%인 144명(61만㎡)이다. 천지 원전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고시 해제하면 땅값 폭락 등 지주들은 더 큰 고통을 받는다”며 “반드시 지주들과 논의하고 피해 보상을 한 뒤 고시 해제를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역 사정을 고려해 지정 고시 해제를 빨리 진행하려고 한다”면서 “영덕군과 논의 중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덕=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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