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립성 보장된다니 실소”
인사예정 무릅쓰고 공개 반박
여권 김기식도 “檢독립 역행”
“침묵을 깨야 할 때가 지금입니다.”
검사들이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등을 중심으로 하는 법무부의 검찰개혁 추진에 대해서 “검찰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검사들은 ‘전 채널 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의 통제 받지 않은 수사로 인한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정에서 발생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한동훈 검사장 간 ‘육탄전’은 검사들의 이 같은 입장에 불길을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30일 오전 10시 기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는 전날 오전 김남수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검찰개혁위 권고안을 비판하고 사실상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권고안 불수용을 요구한 글에 180여 개 댓글이 달렸다. 특히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둔 민감한 시기임에도 불구,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을 비롯해 송경호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등도 실명으로 올렸다. 김 지검장은 “하루하루 사건 처리를 위해 고생하는 후배들이 밤새 고민하며 이런 글까지 써야 하는 현실이 부끄럽고 선배로서 죄송할 따름”이라며 “법무부도 일선 검사들의 충정 어린 목소리를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울산시장 선거 관련 수사를 지휘했던 송 지청장도 김 검사 글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올 1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조 전 장관 아들 입시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일선 검사들은 이번 권고안이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거라며 큰 우려를 표시했다. A 검사는 “권고안대로 실현된다면 특정 사건에 관해 특정 결론을 원하는 권력자는 고검장 한 명만 섭외하면 된다”며 “임기보장도 안 되고 청문회도 거치지 않으며 임면권자가 승진·전보하면 그만인 고검장을 통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을 통해 사건 결과가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B 검사는 “(법무부 장관의) ‘불기소 지휘 금지’로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발상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개혁위는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가진 전국 6개 지역 고검장들에게 서면으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권 인사인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3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1994년부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 참여해 검찰개혁을 논의했지만, 그동안 논의한 방향과 엇박자가 나는 안”이라고 말했다.
권고안 발표(27일) 이틀이 지난 이후에야 김 검사의 게시글을 계기로 검사들이 실명을 내걸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에 대해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우리가 중대한 일에 대해 침묵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종말을 고하기 시작한다”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하며 C 검사는 “그 침묵을 깨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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