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국제 공조의 중요성과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반기문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국제 공조의 중요성과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기상이변에 따른 재난·피해
2050년까지 약 9조달러 손실
생태계 파괴땐 인간도 못 살아

美·中 온실가스 전세계의 42%
강력한 의지 갖고 협력 나서야

빙하에 바이러스 약 100만개
100분의 1만 나와도 1만개
‘코비드n’ 숫자 얼마나 늘지 몰라

경제에만 몰두하던 지도자들
코로나로 심각한 환경위기 자각


반기문(전 유엔 사무총장)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후변화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며 “기후변화 문제를 다시 자동차 뒷좌석에 던져두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시급한 현안이 아니라며 정책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는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반 위원장은 “기후변화는 인류의 멸종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라며 국제적 공조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그린뉴딜정책을 발표하면서 탄소저감 목표조차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9월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문화미래리포트-기후와 포스트 코로나’에서 축사를 하는 반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29일 ‘보다나은미래를위한 반기문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기후환경 변화가 왜 중요한가.

“기후환경 변화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준다. 첫째, 인간 삶과 실존의 문제로 전문가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6차 대멸종’을 경고할 정도로 동식물이 살 수 없는 지구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기상이변에 따른 재난, 농작물 피해 등으로 경제적 측면에서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세계자연기금(WWF) 자료에 따르면 2050년까지 약 9조86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7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분의 1 수준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엄청난 폭우가 내린다든지 장기간 가뭄이 든다든지, 전례 없는 산불이 호주나 미국 캘리포니아에 나는 등 재해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는 국민건강에 엄청난 악영향을 초래한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로 인간을 조기 사망에 이르게 하고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을 심화시킨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국제적 움직임에 대한 평가는.

“국제사회가 기후환경 현안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지는 30년 정도 됐다.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설립과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회의를 계기로 채택한 ‘기후변화협약’(UNFCCC·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을 중요한 기점으로 본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1997년 교토의정서를 채택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에 감축 목표를 부여했으나 주요 국가가 탈퇴하면서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미국은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이 서명했으나 의회 비준을 받지 못했다. 나중엔 캐나다도 빠지고 일본도 빠지게 됐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이나 인도의 온실가스(greenhouse gas) 배출량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 의무가 없었다. 이러한 결함이 있는 체제로는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노력과 각성으로 2015년에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됐다. 특히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나 역시 유엔 사무총장 취임 직후 그를 만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

―그간 인류가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집중한 것이 아닌지.

“그동안 국가 지도자들이 기후환경의 가치보다 경제개발에 중점을 두고 국가를 운영해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18년 4월 내가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면담했을 때 교황은 ‘신은 언제나 용서하고(God always forgives), 인간은 때때로 용서하지만(Human beings sometimes forgive), 자연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But nature never forgives)’고 했다. 우리 인간은 자연의 소중함을 너무 오랜 시간 잊고 간과해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자연의 보복인지는 모르지만, 자연의 대응임은 틀림없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후손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미국은 기후환경 분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지 않았나.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는 오는 11월 4일 발효될 예정인데,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무적인 것은 미국 정부와 별도로 캘리포니아 등 12개 주, 350여 곳의 시장, 500곳 이상의 대학총장, 1000곳 이상의 기업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위 아 스틸 인(We are still in)’ 캠페인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도 연설 때마다 이 캠페인을 지지한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시민, 기업들이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중국은 어떤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은 내가 소위 ‘컨비닝 파워(convening power·소집의 힘)’를 갖고 있었다. 미국 대통령도 컨비닝 파워가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주 적극적으로 지원과 지지를 했다. 중국의 참여가 가장 중요했다. 나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여를 결정했다. 중국과 미국을 합치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42%를 차지하는 만큼 미국과 중국의 의지가 주효하게 작용한다. 2011년부터 중국은 기후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제12차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구속력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이행 준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16년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 오바마 전 대통령이 파리협약의 비준서를 공동으로 유엔에 기탁한 것은 파리협약 발효를 촉진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 발전을 우선해 오지 않았나.

“그렇다. 중국의 태도는 내가 사무총장 자리에 있을 때 바꿔놨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15)가 열렸다. 유엔은 당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내가 외교관 생활을 50년 했는데 그토록 처참한 외교적 실패를 본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6년 후 2015년 파리에서 역사적 대승리를 거둔 것이다. 덴마크 회의 후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고 이를 뼈아프게 느꼈다. 그 경험이 파리기후변화협약 때 중국이 앞장서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이 나서면서 목표를 달성했다. 기후변화와 같은 국제적 이슈는 한두 나라의 힘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고 국제사회가 함께 힘을 합쳐 협력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기후변화 현상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지도자에게는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교훈이 됐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현실에 안주했다. 모든 과학자가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가 생태계를 파괴한 데 원인이 있다고 한다. 동물들이 사는 환경을 침범해 인간과 접촉이 많아져 생긴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인 러시아 베르호얀스크가 38도까지 올랐다. 8만 년 전에나 일어났었던 일이라고 한다. 빙하에 바이러스 100만 개 정도가 있고, 녹으면 이게 살아난다고 한다. 100분의 1만 나와도 1만 개다. ‘코비드(Covid)19’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코비드n’이라고 해서 숫자가 얼마나 갈지 모른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위기를 통해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주요 지도자들의 뇌리에 기후변화라는 주제가 입력된 것 같다. 평소 강연에서 ‘경제회복 하는 거 좋다. 얼마든지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근원은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라는 점이다. 전염병 예방과 질병에 돈 쓰는 것도 시급하지만, 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중요과제를 자동차 뒷자리에 팽개친 채 등한시하면 안 된다. 뒷자리에서 뭐가 곪아 터지는지 모르고 앞 유리창만 닦아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최근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한 칼럼에서 ‘아무리 100만 개 바이러스가 있어도 인간을 다 못 죽이고 거리만 넓어진다. 하지만 한 사람도 빼지 않고 깡그리 죽일 수 있는 것은 기후환경이다’라고 했다. 참 냉소적으로 들리지만 지금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내적으로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환경 과목을 필수로 해야 한다. 환경 과목을 선택으로 하다 보니 2018년 기준 전국적으로 환경 과목을 선택한 학교 수는 470개(총 5591개)로 8.4%에 불과하다. 환경 전공 교사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환경부에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환경교사 임용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교과 과정 자체를 수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사회나 자연 정규 교과의 별도 목차로 반영시키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성진·정철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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