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개발~사용 안전관리
관련 의약품 심사 체계도 갖춰
시판허가 뒤엔 장기 추적 관리
‘3상’ 전제 조건부 시판 허가
세계적 기준에도 어깨 나란히
살아 있는 세포와 조직을 원료로 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세계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산업의 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첨단바이오법)’이 하위 법령을 정비해 오는 28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최근 생명공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포의 유전형 분석 및 유전자 조작을 사용한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연구·개발(R&D)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34건,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9건 등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임상연구에 대한 승인이 꾸준히 있었다. 이러한 첨단바이오의약품은 그간 기존 의약품과 함께 약사법령에 따라 관리를 받아왔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첨단바이오의약품에 적합한 심사와 안전관리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특히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이용해 체내에 투여한 세포나 유전물질은 체내에 장기간 남아 있는 특성이 있어 일반 의약품에 비해 오랜 기간 관찰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고, 원료세포의 안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특징도 있어 일반 의약품과 같은 관리 체계에서는 안전 확보가 어렵고 관련 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이에 첨단바이오법은 지난 2016년 법안 발의 3년 만에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첨단바이오법은 기존 화학합성 의약품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의 심사와 관리에 대한 법률이다. 전반적으로는 기존에 약사법과 생명윤리법 등에 혼재된 내용을 일원화하고 신약 개발 가속화를 위해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첨단바이오법을 통해 식약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개발부터 실사용까지 전 주기에 걸친 안전관리체계를 마련하게 됐다. 우선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원료관리 강화를 위해 세포의 채취·검사·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인체 세포 등 관리업’ 허가 제도를 신설했다. 또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제조·품질관리기준을 기존 의약품과 별도로 특성에 맞게 마련하고, 시판허가 후에는 장기간에 걸친 추적관리를 의무화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합리적인 허가·심사체계도 마련됐다. 개발자의 일정에 맞춰 허가자료를 미리 제출받아 사전 심사를 함으로써 심사 과정을 단축하는 ‘맞춤형 심사’, 다른 의약품보다 심사 진행을 우선시하는 ‘우선 심사’, 또 암 등 중대 질환과 희귀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에 한해 치료적 확증(3상) 임상시험을 시판 후 반드시 수행한다는 전제하에 2상 임상 자료만으로 시판 허가를 내주는 ‘조건부 허가’ 등의 제도다. 이를 통해 임상 단계에서 환자를 많이 모으기 어렵고, 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등 관련 업계의 기존 불만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최근 관련 산업의 세계적인 성장세에 국내 업계도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되는 한편 희소·난치 질환자 등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치료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건부 허가제로 생명을 위협받는 중대 질환자들은 예전과 달리 치료제 허가를 기다리지 않고 빠른 시일 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 희소·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의 경우 그동안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많지 않아 충분한 유효성·안전성 근거 획득을 위한 임상 환자 모집이 어려웠다. 하지만 법이 적용되고 임상 2상 단계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으면 치료제 사용이 급한 환자와 임상 3상 참여 환자가 필요한 회사 양쪽에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이번 법 시행으로 줄기세포 원정 시술을 받으러 해외로 떠나는 환자도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식약처에서 품목허가가 나지 않은 줄기세포를 투여할 수 없었다. 앞으로는 임상연구로 등록만 하면 병원에서 줄기세포를 증식, 배양할 수 있고 의사가 시술할 수 있다.
이번 법 시행을 통해 세계적인 첨단바이오의약품 관리 기준에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의약품의 특수성을 이해한 선진국들은 이미 각자 법안을 통해 이를 별도로 관리해왔다. 미국의 경우 일반 의약품을 다루는 ‘식품·의약품·화장품법’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은 ‘공중보건법’이라는 별도 법안으로 다뤄진다. 공중보건법에서는 2016년부터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등을 포함하는 ‘세포·조직 유래 제품’을 위한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여기에 첨단재생치료제품은 ‘21세기 치유법’이라는 또 다른 법안으로 다룬다. 유럽연합(EU)은 ‘첨단의료제품법’을 통해 첨단바이오의약품을 2007년부터 별도로 관리해왔다. 일본은 ‘의약품·의료기기법’이라는 한 가지 법 아래 있긴 하지만 2014년부터 의약품과 재생의료 등 제품을 별도의 장으로 구분해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첨단바이오법’ 시행은 이들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늦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식약처는 법안이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분류 체계 등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후에도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 미비점이 있다면 지속 보완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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