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초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뒤 그동안 어떤 지도자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강한 중국의 꿈(中國夢)’을 내세웠다. ‘중화(中華)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은 21세기 중반까지 미국을 따라잡고, 국내적으로 대만을 병합해 국가 통일의 꿈을 완성하겠다는 대내외적 선포였다. 시 주석의 중국몽을 뒷받침해준 인물이 2009년 ‘중국의 꿈’을 쓴 류밍푸(劉明福) 현 중국 국방대학교 군대건설연구소 소장이다. 중국 검색 엔진 바이두(百度)에서 그를 검색하면 출생·출신 지역 정보는 없고, 1969년 입대 이후 경력과 저서 등만 나온다. 마이클 필스버리 미국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센터장은 2015년에 쓴 ‘백 년의 마라톤-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시진핑의 세계 패권 대장정’에서 “시 주석이 말한 중국몽은 우연도 실수도 아니다”며 “한때 인민해방군으로 복무하고 중앙군사위원회 비서를 지낸 그는 중국군 내의 민족주의 ‘초강경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류 소장은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세계적 수준의 군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중국이 이런 군사력을 통해 미국이 양안(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갈등에 감히 개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바이두에는 “세계 제1의 강국이 중국의 21세기 대목표다. 중국은 규모가 아닌 질적으로 강한 ‘강군(强軍)’을 보유해야 한다”고 그의 발언을 소개했다.

시 주석이 중국몽을 천명했을 때 야심을 너무 일찍 드러냈다는 안팎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는 밀고 나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부상을 전면적으로 억제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시련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홍콩·대만·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미·중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 미·중 수교를 이끈 대중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의 상징인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닉슨도서관 앞에서 중국 포용정책의 폐기를 선언했다. 중국을 ‘비정상국가’로, 시 주석을 ‘파산한 전체주의 신봉자’로 규정하며 중국 공산당 독재체제를 바꾸겠다고 엄포를 놨다.

대만에서는 집권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올해 1월 재선과 함께 중국의 대만 통일 방식인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전면 거부하면서 양안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1988∼2000년 국민당 독재를 끝내고 총통 직선제를 도입해 ‘미스터 민주주의’로 불리는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 지난달 30일 97세로 별세했다. 대만 태생으로 농업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971년 친중국 성향의 국민당에 입당해 총통까지 됐지만 대만 독립을 추구한 독특한 인물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지금도 그를 국가 분열을 획책한 ‘독립파의 수괴’로 비난하고, 민진당 지지자들은 ‘대만의 아버지’로 부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안 관계를 특수한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만인의 정체성을 강조한 리 전 총통 덕분에 대만인들이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으로 인식하는 비중이 1992년 17.6%에서 최근 67%로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제 시 주석에게 무력 외에 대만 통일이 쉽지 않게 됐지만, 이마저도 미국의 강력한 대만 군사 지원으로 녹록지 않아 보인다.
김충남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