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나의 속마음을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다 알고 계시는 우리 엄마께.
엄마, 안녕! 나 세상에서 하나뿐인 엄마 딸 정인이야. 엄마한테 이렇게 진지하게 편지 쓰는 건 처음인 것 같네. 나는 벌써부터 살짝 부끄러운데 엄마도 이 편지를 읽게 되면 쑥스럽고 부끄러워하겠지?!
엄마, 엄마는 어떻게 나의 마음을 잘 알아? 난 때로는 엄마의 마음을 알다가도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엄마는 정말 날 다 아는 것 같아. 눈치도 되게 빠른 것 같고.
나같이 17살에 약간 사춘기 아닌 사춘기가 온 여자애를 키우는 게 처음인 엄마가 어떻게 그렇게 모든 걸 일사천리로 잘하는지 모르겠어. 그런 엄마를 보면서 정말 대단해 보였고 신기했어.
엄마, 우리 17년 동안 되게 다사다난해서 힘들었잖아? 그럴 때도 엄마가 내 앞에서 운 것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아. 내 앞에서 울어도 되는데, 나한테 힘든 일 털어놔도 되는데,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되는데 엄마는 내가 마음 아플까봐 나한테 말하지 못한 거겠지. 이제는 엄마 나한테 기대도 돼. 힘들거나 슬플 때 엄마 혼자서 감정 꾹꾹 억누르고 슬퍼하지 말고….
엄마, 아빠하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이혼하게 됐을 때 나는 오직 내 생각만 했어. 왜,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나지, 도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엄마 생각을 못했어. 미안해.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내가 엄마한테 상처를 많이 준 것 같네. 미안해 엄마.
나는 이혼이라는 단어가 그때는 익숙하지 않았고 내 주변 친구들이 알게 된다면 뭐랄까 내가 꼭꼭 숨겨왔던 치명적인 단점이 밝혀지는 것 같아서 무서웠어. 나도 이혼이라는 단어 앞에서 떳떳하지 못했던 것 같고, 그로 인해서 엄마까지도 떳떳하지 못하게 만든 것 같아서 미안하고 또 미안해.
엄마 지금부터라도 나와 같이 떳떳해질래? 엄마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힘들었는지 이제야 알게 돼서 정말 정말 미안해. 이제는, 엄마가 나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해도 돼. 내 마음을 다 알려고 노력하고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가 노력하고 신경 쓸게.
나 이래 봬도 17살이나 먹은, 엄마가 충분히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딸이니까 내 걱정은 말고 엄마 걱정을 나한테 털어놓고 엄마는 한시름 놓았으면 좋겠어. 정말이지 난 행복해, 엄마 딸이라서. 지금까지 엄마께 상처 준 거 다 아물 때까지 엄마 옆에서 힘이 돼드릴게요. 사랑해요 엄마.
이쁜 딸 정인이 드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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