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 첫 개인전 ‘모로코의 앤디 워홀’ 하산 하자즈 인터뷰
마돈나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모로코·런던 오가며 작품활동
사진 연작 ‘마이 록스타스’ 등
문화의 경계 넘어 ‘혼종’ 추구
“한국은 아직 가본 적이 없어
한국인에 대해 많이 알고싶죠”
“한국은 아직 가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방문하려 했으나, 어려운 시기인지라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을 꼭 찾아서 한국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습니다.”
모로코계 영국인 아티스트 하산 하자즈(Hassan Hajjaj·59·사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방한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강하게 표현했다. 그는 지난 5일부터 9월 27일까지 서울 삼청동 갤러리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개인전 ‘다가올 것들에 대한 취향(A Taste of Things to come)’을 연다. 그의 전시회는 한국 최초고, 아시아에서도 처음이다. 하자즈는 이번에 대표 사진 연작들과 영상, 설치 작품 등 22점을 선보인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화랑들과 미술관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낼지 주목하고 있다”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비슷한 시기(7월 30일∼11월 1일)에 영국 브리스틀에서도 개인전을 열고 있다고 소개했다.
가수 마돈나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알려진 그는 ‘모로코의 앤디 워홀’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그 별명은 서구권 기자가 지은 것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별명으로부터 생긴 멋진 일은 제 레이블인 ‘앤디 월루’(Andy Wahloo·월루는 모로코어로 ‘나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뜻)가 저의 위대한 친구 라시드 타하(Rachid Taha)에 의해 생겼다는 것이죠.”
알제리 출신 가수 타하를 언급한 이 말 속에 아티스트로서 그가 지향하는 세계가 담겨 있다. 서방 시각에 경도되지 않고 아프리카 출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하겠다는 것.
그는 모로코에서 태어나 10대에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다. 2세대 이민자로서 언어 장벽, 인종 차별 등을 겪어야 했던 그는 1970년대 후반에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다. 또 흑인 음악을 즐기는 클럽을 운영하면서 영국 내 대안 문화를 이끌었다. 그가 사진 작업에 나선 것은, 1980년대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모국의 사진계가 서구적 시선에 몰입돼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아프리카인을 중심에 세운 작업을 하며, 동시에 서방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도시적 감각을 결합했다.
“모로코에서 태어난 것은 전통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왔고, 런던 생활은 국제적인 세계관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가 이번에 한국에서 전시하는 작품들을 보면, 국경·민족·문화의 경계를 넘어 ‘혼종’을 추구하는 세계가 뚜렷하다. 대표 사진 연작인 ‘마이 록스타스(My Rockstars)’는 유명 연예인에서부터 언더그라운드 음악가, 헤나 타투 예술가, 패션 디자이너, 힙합 댄서, 무술인, 요리사 등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킨다. 10년 넘게 모로코 마라케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이 작품들은 북아프리카의 화려한 색채와 함께 독특한 문양을 담고 있는데, 음료와 통조림 캔 등의 소비 상품 오브제가 사진 프레임을 구성하고 있다.
또 다른 연작인 ‘케시 에인절스(Kesh Angels)’와 ‘다카 마라키아(Dakka Marrakchia)’는 모로코 여성에 대한 서방의 편견을 깨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히잡을 쓴 여성들이 오토바이 위에 앉아 당당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다. 비밀스럽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세상을 헤쳐가는 여성임을 확연히 드러낸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각도로 촬영을 함으로써 인물들의 대담함을 강조했다.
하자즈는 사진 이외에 다양한 매체로 실험을 해 왔다는 게 전시 기획자인 김민정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이번에도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장르를 넘어서는 도전 의식을 보여준다.
전시회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하자즈는 급변하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편견과 장벽이 가득한 현실을 비틀면서도 그 속에 해학과 유머를 담는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들은 팝아트의 성격을 지녔으면서도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문화적 층위를 느끼게 한다.
그는 한국 관람객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제 작품의 모든 다른 층위(all the diffrent layers)와 무언가 새로운 것(something new)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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