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환 산업부 차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0.2%로 전망했다. 해외에서 보는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1%다. 34개 해외 투자은행(IB)이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0.8%다. LG경제연구원 역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0%로 예상해 올해 우리 경제의 회복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경기 회복을 명목으로 여기저기 돈을 물 쓰듯 쓰면서 올해 국가 채무비율이 전년 대비 5.4%포인트 오른 43.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환위기(1997∼1988년, 3.9%포인트)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3.0%포인트) 당시의 상승 폭을 뛰어넘는다.

경기 회복을 위한 확실한 방법은 기업과 시장에 대한 규제를 풀어 경직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경영 활동 폭을 넓힌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 고용창출과 재투자가 이뤄져 경제 선순환이 일어난다. 미국은 규제 1개를 신설하면 기존 규제 2개를 없애도록 한 ‘투 포 원(Two for One)’ 규정을 신설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규제 완화를 통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떤가. 거대 여당이 독주하고 있는 21대 국회는 ‘규제 국회’라고 할 만큼 규제 법안들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 법안을 심도 있는 논의도 없이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제는 정부가 전·월세까지 지정해 주는 ‘표준임대료제’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안 등 21대 국회에 올라와 있는 규제 법안들이 산더미다.

그중에서도 유통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경기 회복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다.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8건 가운데 7건이 유통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면세점, 아웃렛 등 대규모 점포에 심야영업 제한과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개정안에는 대규모 점포의 출점 제한 범위를 전통산업보전구역 ‘1㎞ 이내’에서 최대 20㎞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대규모 점포에 대한 출점 제한 규제 일몰 기한을 올해 11월 23일에서 2025년까지 5년 연장하자는 내용, 대규모 점포 개설 시 제시됐던 상생안을 지키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물게 하는 내용도 있다. 모두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들이다.

이들 개정안은 주로 여당 의원들 중심으로 발의되고 있다. 이들 개정안의 바닥에는 유통 대기업들이 전통시장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인식이 깊이 깔렸음을 느낄 수 있다. 여당과 문재인 정권 사람들의 기업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 기업이 전통시장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이윤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규제를 양산해 내는 국회만으로는 절대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없다. 지금은 규제를 양산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규제를 풀고,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 기업들이 경제 회복에 적극 나서도록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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