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 상한제)을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관 키·에어컨 수리비를 놓고 다툼이 발생하는가 하면 내놓은 집을 보여주지 않거나, 명도소송 등을 내세우며 세입자가 이사를 거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인위적인 개입과 가격통제로 임대시장이 왜곡되면서 신혼부부와 무주택 전세입자 등 ‘전세난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집주인들은 ‘악덕 임대업자’로 내몰리고 있다.
10일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세입자, 집주인 사이 벌어진 다툼에 대한 해결 방법을 묻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임대차 2법 시행 초기엔 바뀐 법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면 이제는 ‘세입자-집주인’ 간 갈등 사례에 대한 글이 늘고 있다. 특히 임대보증금 외 각종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전세 계약을 한 집주인 A 씨는 현관 키 고장에 따른 수리비를 요청한 세입자에게 “임대차 2법으로 세상이 바뀐 것을 모르느냐. ‘사소한 건 알아서 갈고 살아라’”고 일갈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까진 등(燈) 하나까지 다 고쳐줬지만, 세입자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들어온 데다 계약갱신할 것까지 고려하면 4억∼5억 원은 손해를 보는 것”이라며 “앞으론 악덕 집주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에어컨 수리비를 놓고 연락이 끊긴 집주인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등 집기 고장과 주택 파손비용 책임에 대한 세입자의 글들도 잇따르고 있다.
집주인들도 골치가 아프긴 마찬가지다. 최근 전세를 준 아파트를 팔기 위해 내놨지만,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지 않아 속을 태우는 집주인의 하소연 글도 눈에 띈다. 실거주를 위해 세입자에게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나가달라고 요청했지만, 되레 손해배상을 요구하거나 명도소송을 하라며 큰소리를 치는 세입자로 골머리를 썩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주택 임대차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심의·조정 역할을 하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물건 품귀 현상과 가격 급등으로 ‘더 멀고, 더 좁은 곳’으로 밀려나는 전세난민도 늘어날 전망이다. 문화일보가 지난 8일 예비 신혼부부와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일대 20평형대 전세물건을 찾아본 결과 남은 매물은 3개, 모두 실거래가보다 적게는 5000만 원, 많게는 1억5000만 원이 뛴 물건이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5억 원대였지만 임대차 2법의 영향으로 6억 원 후반∼7억 원대로 급등했다. 결혼을 앞둔 C 씨는 “임대차 2법으로 집 구하기는 더 어렵게 됐다”며 “지분적립형 등 공공 임대주택은 맞벌이인 우리에겐 먼 얘기”라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