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그 자체로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이다. 그런데 지난 7일 일괄 사표를 제출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5명의 후임 하마평을 보면 왜 사표를 냈고, 어떤 변화를 노리는지 분명하지 않다. 공식 이유는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이다. 청와대 인사들의 다주택 보유 및 처분을 둘러싼 여론 악화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노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다주택 매각을 지시한 이후 국민에게 비친 모습은 위선과 혼선의 연속이었다는 점에서 개편은 필요하다. 그러나 본질은 주택 정책의 참담한 실패라는 점에서 책임을 묻는 대상부터 달라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3년3개월 동안 부동산 정책이 23차례나 발표됐지만 집값에 이어 전월세 폭등까지 불렀다. 정책 실패와 땜질의 악순환이다.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져 좌절하고, 내 집에 마냥 사는 1주택자는 세금 증가에 불안해하고, 다주택자는 조령모개 식 규제·세금 폭탄에 분노하고 있다. 주택 임대사업자에게 주기로 했던 세제 혜택을 7·10 대책을 통해 빼앗으려 했다가, 사업자들이 반발하자 다시 주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일은 가위 국정 전(全)분야에서 일어난다. 최근에는 뉴딜펀드를 제안하면서 원금에다 연 3% 수익률 보장을 약속했다가 번복했다. 무차별적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과속 등 소득주도성장에서 탈원전 등 에너지 정책, 미국·일본 등 우방과의 갈등, 친북·친중 정책에 이르기까지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화를 키우고, 나중에 허겁지겁 무마하려는 경우가 많았다.

당국자들의 무능과 무성의도 문제지만, 근본 원인은 다수와 소수를 갈라치기 해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정략적 정책 기조(基調) 탓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근본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살피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한 뒤 합당한 정책·인사 개편을 해야 한다. 장관 중에도 벌써 교체했어야 할 무능 인사가 적지 않다. 부동산 정책 실패만 따지더라도 청와대의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 정부의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김 장관의 비서실장 기용 얘기까지 나온다. 그런 식이면 인사 개편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