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파기환송심서 살인죄 아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 적용
대법원서 사건 돌려보낸 지 3년만…검찰, 공소사실 입증 한계


각급 법원마다 무죄와 무기징역으로 각기 다른 판결이 내려진 이른바 ‘보험금 95억 원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살해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인 남편이 금고 2년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6부(부장 허용석)는 10일 이모(50) 씨에게 검찰이 적용한 두 가지 혐의 가운데 살인죄 대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를 물어 금고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살인을 전제로 적용된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아내 살해 의도를 갖고 고의적으로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났다고 봤다. 재판부는 “만삭의 아내가 안전벨트를 풀고 좌석을 젖힌 채 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주의를 기울여 운전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졸음운전으로 인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판시했다.

재판부는 살인 혐의에 대해 “피해자 사망에 따른 보험금 95억 원 중 54억 원은 일시에 나오는 게 아닌 데다 피고인 혼자가 아니라 다른 법정 상속인과 나눠 지급받게 돼 있다”며 “아이를 위한 보험도 많이 가입했던 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다고 보이는 점 등 살인 범행 동기가 명확지 않다”고 말했다.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 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 성분이 임신부나 태아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감정이 있다”며 “일상생활 속 다양한 제품에 쓰이는 성분인 점 등으로 미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일부러 먹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씨는 2014년 8월 23일 오전 3시 41분쯤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부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동승했던 임신 7개월의 아내(당시 24세)는 숨졌다. 이 씨 아내 앞으로는 95억 원 상당의 보험금 지급 계약이 돼 있었고 누적된 지연 이자까지 더하면 100억 원이 넘는다.

1심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간접 증거만으로는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를, 2심은 “사고 두 달 전 30억 원의 보험에 추가로 가입한 점 등을 보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이에 대해 2017년 5월 대법원은 “범행 동기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무죄 취지로 대전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사고 발생 6년 만에 나온 이날 판결은 앞으로 대법원 재상고 절차가 남았지만, 대법원 판단과 같은 취지의 파기환송심 결과가 재상고를 통해 번복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대전=김창희 기자
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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