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랭크 라이스베르만 GGGI 사무총장
디젤차 대신 전기차 신속 전환
화력 발전소는 전면 폐쇄 해야
GGGI 제1목표는 개도국 지원
계획 수립·자금 지원 등 노력
文정부 탈원전은 복잡한 문제
원전 탄소 배출량은 가장 적어
한국, 4大 기후 악당국가 선정
그린뉴딜 등 구체적 목표 시급
―기후위기가 현실화된 듯하다. 올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이 사상 최악의 더위와 홍수를 경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는 벌써 일어났다. 아프리카에는 비가 안 와서 가뭄이 오지만 한국에는 태풍과 홍수가 오고 아메리카 대륙인 미국·브라질에서는 산불이 난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는 극지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재앙이 굉장히 가까이 닥쳐왔다. 국제기구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게 10년 내로 우리가 결정적인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일들이 닥쳐올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석탄 발전소를 닫고 디젤 버스를 없애고 전기버스를 도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돈이 많이 들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로부터 배운 게 뭐냐면, 직접적인 위협이 우리 신체에 닥치면 정부도 어디에선가 돈을 찾아낸다는 거다.”
―기후변화가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간 연관성을 규명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하다. 말라리아같이 기후변화로 더 확산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감염병과의 연관성은 나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관련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대기오염과 감염병 간의 상관관계다. 대기오염이 1PPM 높아지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8% 높아지는 등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근 한국에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정책으로 ‘그린뉴딜’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는데, 적절한 구상이라고 보는가.
“나는 그린뉴딜이 잘만 추진된다면 아주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기후변화 양측에 모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그린잡(job)이라든지 그린 투자 같은 것들이 코로나19 대응에도 좋지만 지속가능한 녹색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환경 정책은 어떤가. 문 정부는 탈원전 정책하에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에서 18%로 낮추고 신재생에너지는 5%에서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기후변화 관점에서 일련의 정책이 괜찮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괜찮다. 신재생에너지 20%라는 목표가 한국으로선 굉장히 대단한 목표다. 다만 탈원전이란 건 좀 복잡한 이슈다.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 문제는 있지만 탄소 배출량은 실제로 적다. 기후변화에 대한 액션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탈탄소’다. 탈탄소는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탈탄소란 정확하게 무슨 개념인가.
“간단히 말하면 화력발전소를 더 이상 신규로 짓지 않고 지금 있는 화력발전소도 빨리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네덜란드에서 최근 정부가 하는 가장 큰 일 중 하나가 모든 석탄 화력발전소를 2030년까지 다 폐쇄한다는 것이다. 가격과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드는 일이다. 그래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대기오염 문제도 상당수 해결될 것이다.”
―그간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무관심한 나라였다. 2016년 세계 4대 기후악당 국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몇 년 전 한국의 탄소배출량이 정말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 한국 정부도 대응을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다. 한국은 오랜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기오염 비율은 제일 높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가장 낮은 국가였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고 푸른 하늘을 다시 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린뉴딜도 여기에 아주 중요한 절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은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작년 9월 기준 전 세계 77개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 제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한국 정부도 현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지구상 모든 국가가 당면한 문제다. 그러나 이해 충돌 문제로 실질적인 변화와 진전 없이 구호만 반복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기후변화는 여러 국가가 마주한 첫 도전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 오존층이 뚫려 전 세계가 뒤집힌 적이 있었다. 피부암 같은 것들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걱정들이 있었는데 그 결과로 ‘몬트리올 프로토콜’이 만들어져 전 세계 국가들이 협력할 수 있었다. 당시 협약은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현재는 프레온 가스 배출량을 줄여 오존층에 구멍이 거의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여러 국가가 이렇게 실제로 한데 모일 수 있다는 거다.”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기후변화가 당장 ‘나의 구체적 일상’을 바꿀 것이라고 위기감을 느끼는 이들이 드물기 때문 아닌가.
“맞는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의 ‘블루 스카이 & 네트 제로 2050 캠페인’ 등에서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을 연결해 대중의 관심을 유발하고자 한다. 지난 2019년 겨울을 생각해보라. 한국 대기오염이 굉장히 심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정부가 해결해주길 원하는 가장 큰 문제가 대기오염이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다시 푸른 하늘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액션은 모두 동일한 맥락 위에 있다. 탈탄소, 노후디젤차 줄이기,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등이 모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사람들은 본인과 이것들이 연관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개도국 지원도 기후위기 대응의 주요한 의제 중 하나다.
“개도국 지원은 GGGI 제1의 목표이기도 하다. 개도국 같은 경우는 대처 능력 자체가 없는 게 문제다. 작년에 사이클론이 모잠비크에 닥쳤을 때 국내총생산(GDP)의 10%가 사라졌다고 한다. 개도국에 그린뉴딜 같은 정책이 있을 리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개도국들이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금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데 매진한다. 한국에 있는 또 다른 개도국 지원 기구가 ‘녹색기후기금(GCT·Green Climate Fund)’이다. GCT와 GGGI는 2030년까지 600억 달러를 개도국에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태까지는 약 15억 달러 정도 지원했다.”
―미국의 역할은 어떤가. 미국이 지난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기로 했다. 미국의 탈퇴가 올해 11월 3일 최종적으로 이뤄지면 미국은 전 세계에서 파리협약을 지지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가 되는 셈인데.
“미국 대통령 선거가 11월에 있지 않나.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경우 다시 파리협약에 가입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사실 파리협약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굉장히 강력하게 추진한 결과였다.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강력하게 테이블로 끌고 오기도 했고 협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대단히 많은 노력을 했다. 나는 미국의 중앙정부가 다시 파리협약에 가입할 거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는 기본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다. 사무총장께서는 구글에서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했고 국제농업연구연합기구(CGIAR) CEO를 지내는 등 환경과 미래산업을 관통하는 커리어를 갖고 있다. 이런 이색적인 경험들이 미래에 대한 식견을 높여주는 데 도움이 됐나.
“그렇다. 내가 할 일은 특히 환경 분야에서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현실도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개도국들의 미래를 한국처럼, 다만 미세먼지 없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Green-growth’, 친환경 성장을 하자는 것이다. 또 내가 기쁜 것은 친환경 성장, ‘Green-growth’라는 게 드디어 개도국들의 어젠다에 올라왔다는 거다. 한국도 녹색성장, 그린뉴딜 등 다양한 노력을 하지 않나. 나는 세계 각국에서 이런 노력들이 병행될 거라 본다.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
정리 = 나주예 기자
인터뷰 =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 ‘기후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혜안을 제시할 프랭크 라이스베르만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사무총장의 강연은 오는 9월 3일 문화일보가 개최하는 국제포럼 ‘문화미래리포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mfr.munhwa.com)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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