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코앞 총격 ‘피신’ 안팎

“17번가에서 총격사건 발생
용의자는 총 맞아 병원 후송”

국가안보 위기상황 아닌데
브리핑 중 퇴장은 이례적
‘트럼프 리더십 위기’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 건물 밖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브리핑 도중 퇴장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백악관 인근 총격 사건으로 백악관이 폐쇄된 경우는 있지만, 대통령이 전국에 생방송되는 브리핑 중 퇴장한 건 매우 드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이어 총격 사건까지 ‘악수’가 연거푸 터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피’가 위기에 처한 리더십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1월 대선 가도도 안갯속이다.

이날 오후 미국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은 평소와 다름없이 시작됐지만, 3분 만에 갑자기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에서 우편투표 문제를 언급하던 상황에서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이 갑자기 단상 위로 올라와 취재진을 등지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낮은 목소리로 “지금 밖으로 나가셔야 합니다”고 말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듯 되물었고 해당 요원은 좀 더 가까이 다가와 거듭 “나가셔야 합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 쪽을 한 번 쳐다보고는 요원을 따라 브리핑룸 밖으로 나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동석 인사들도 아무런 설명 없이 자리를 떴다.

몇 분 후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브리핑룸으로 돌아온 뒤 “백악관 외곽에서 총격 사건이 있었고 용의자가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비밀경호국도 트위터로 “17번가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상황은 정리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 도중 아무런 설명 없이 자리를 뜬 행동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급박한 국가안보 위기 상황에서나 이뤄질 조치였던 탓이다. USA투데이는 “백악관 봉쇄 조치는 상대적으로 흔한 일이지만, 대통령이 연단에서 브리핑을 하다가 비밀경호국 요원에 의해 자리를 뜨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브리핑룸에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취재진이 “벙커로 피신했었느냐” “이번 사건으로 겁을 먹었느냐”는 질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대피’ 행보는 위기 속에서 추락하고 있는 입지와도 겹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국 돌파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지율은 추락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대선후보 수락 연설 장소로 게티즈버그와 백악관 2곳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지만, ABC방송 등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당시 단합을 강조했던 장소를 선택해 후광 효과를 거두려는 것이지만 백악관과 함께 연방자산이어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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