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의 불만 키운 ‘8·4 주택공급대책’

유휴지 개발은 주민 반발… 지분적립형 주택은 막대한 혈세투입 논란

‘물량은 충분하니 시장 교란하는 투기세력 통제하자’던 文정부
뒤늦게 ‘2028년까지 서울·수도권 13만2000가구+α 신규 공급’ 계획 밝혀
재건축조합, 수익성 떨어뜨리는 ‘소셜 믹스’등에 반감…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도 빠져
5·6대책때 나왔던 공공재개발은 정비구역 해제됐던 서울내 176곳도 참여 가능
발표직후 일부 지자체선 “공공성 집착하는 정부, 도심 슬럼화한다” 반발도 나와



정부·여당이 내놓은 부동산 규제 중심의 ‘7·10대책’, 서울·수도권 공급을 담은 ‘8·4대책’이 갖가지 부작용을 양산하면서 시장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서울·수도권에 신규 ‘13만2000가구+α’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과연 폭등하는 집값을 잡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여당은 여전히 “공급은 충분하고, 시장 불안은 투기세력 때문이며 주택을 통해 번 돈은 무조건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대책으로 모든 공급문제와 시장불안이 해소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홍보는 오히려 시장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① 주택공급대책 나온 배경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은 바로 ‘수요억제’에 있다.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물량은 ‘수도권 30만 가구’ 계획과 3기 신도시 추진 등으로 충분하다는 인식에 따라 투기를 잡고, 이익을 환수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주택자 ‘투기세력’이 가격상승을 주도하며 시장을 교란하고 있으니 세제·금융 등을 통해 제어하면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부동산 관련 지표와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볼 때 시장에서는 서울지역에서 극심한 신규 아파트 공급부족이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신규 공급을 묶자 서울·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시장에서도 배제돼 조바심이 난 30·40대 젊은 실수요층이 구축 아파트까지 추격매수 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정부 출범부터 시작된 23차례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젊은 지지층이 이탈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뒤늦게 정책실패를 인정하며 공급계획을 약속한 뒤 8·4대책을 내놨다.


② 8·4대책의 주요 내용

서울·수도권에 13만2000가구 공급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먼저 민간 재건축 조합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의 참여를 전제한 ‘공공 참여형 고밀도 재건축(공공재건축)’을 도입하고, 이들 재건축 단지가 기부채납을 하면 종상향 등을 통해 용적률을 500%까지, 층수도 50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또 뉴타운 해제 지역에 대해서도 공공재개발 사업을 허용했다. 군이 소유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을 비롯해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 등 공공 유휴부지를 공공택지로 개발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외에 이미 5·6대책 당시 발표한 서울 용산 정비창 공급 계획 8000가구를 1만 가구로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 물량도 당초 3만 가구에서 용적률 상향을 통해 6만 가구로 늘리기로 변경했다.


③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의 한계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바로 공공재건축(5년간 5만 가구+α) 도입인데 문제는 민간의 참여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 산재한 민간 재건축 단지를 이번 공급계획에 끌어들이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당근’책인데 현장 반응은 냉랭하다. LH 등 공공기관이 시행사로 참여해 도시규제 완화(용적률 상향·층고 제한 해제)를 통해 주택을 기존 가구 수보다 2배 이상 공급하며 개발 이익은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공공성 확보를 위해 증가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개발 과정에서의 각종 절차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해준다는 계획이다. 기부채납 받은 주택은 장기공공임대(50% 이상) 및 무주택, 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50% 이하)으로 활용하고, 구체적인 공급방식은 서울시가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재개발은 지난 5·6대책 당시에 발표한 바 있다. 재개발 지역에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대신, 종상향,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과거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 지연 등으로 해제(서울 내 176개소)된 곳도 공공재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④ 민간 조합은 왜 비판적인가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은 민간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현재까지 관심을 보이는 재건축 아파트나 지역 재개발 조합이 많지 않다. 늘어난 용적률의 50∼70%는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으로 따지면 90%는 정부에 반납해야 하는 셈이다. 또 재건축 추진의 걸림돌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완화 방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LH·SH가 사업자로 참여한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크다. 조합원의 이익보다 공공 중심의 사업 진행이 이뤄지지 않겠느냐 하는 불안감이다. 이로 인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영등포구 여의동 시범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공공 재건축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⑤ 소셜믹스에 대한 불안감도 팽배

‘소셜 믹스(Social Mix)’는 한 아파트 단지에 일반분양과 공공임대를 함께 조성하는 걸 말한다. 임대주택은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한 서민층을 대상으로, 전용면적 85㎡(약 25평) 이하로 공급된다. 소셜믹스 정책은 경제적인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실상은 이로 인한 갈등만 큰 상황이다.

일단 조합 입장에서는 규정된 의무비율을 맞추기에 급급해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임대주택을 공들여 지을 생각이 없다. 또 ‘임대주택 = 서민주택’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강해 아파트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반대하는 조합원들도 상당하다.

더 큰 문제는 거주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주로 임대 동은 일반 동과 분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경제력이 드러나면서 주민 의사 결정과 단지 운영을 놓고 서로를 분리하는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거나 소송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엔 한 동에 일반분양과 임대를 섞어놓은 단지도 등장했지만 갈등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다.


⑥ 공공개발 시 LH·SH의 역할은

조합이 공공재건축을 선택하면 LH와 SH는 자금조달 지원, 사업계획 수립 지원, 시공 품질관리, 공사비 검증 등 사업관리에 집중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공공재건축이지만 단지 설계, 시공자 선정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조합 총회를 통해 결정할 수 있고, 총회에서 결정되면 민간 아파트 브랜드도 사용할 수 있다.

국토부는 LH, SH 등이 공공 신용을 바탕으로 사업비를 확보하면 사업비 조달을 매개로 한 비리가 줄어들고 사업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H와 SH는 국토부, 서울시와 함께 공공정비사업 활성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 재건축 선도사례 발굴을 위해서다. TF는 지난 10일 1차 회의를 개최해 후보지 발굴 추진전략을 논의했다. 매주 정례회의를 통해 공공 재건축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⑦ 민간 규제 완화 주장한 서울시 입장 묵살돼

서울시는 8·4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공공재건축 도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4일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의 일환으로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을 제안하자 서울시는 “공공재건축 단지는 애초부터 찬성하지 않은 방식”이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공공재건축의 효과성에 회의적인 서울시는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간 사업자에게 고밀도 개발을 하게 하고 기부채납을 받아 개발이익을 환수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또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여야 주택 공급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서울시는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제시한 공공재건축 방안에 대해 강남,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조합들의 반응은 썰렁한 상황이다. 하지만 강남 집값만 폭등하는 결과를 낳을까 우려한 당정은 끝내 이를 거절했다.


⑧ 서울시의 후속 조치와 절차는

후보지 선정이 시급하게 남은 절차다. 공공재건축의 인기는 시들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부채납 비율이 50%에 달해 참여 유인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는 국토부와 공동으로 TF를 꾸려 사업을 점검하고 다듬기로 했다. 또 8∼9월 내 고밀도 재건축 선도사업지를 발굴하기로 했다. 반면 공공재개발을 희망하는 후보지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가 8일 15곳 이상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발표한 데 이어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14일 “공공재개발 추진 의사를 밝힌 데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업무를 맡은 SH 관계자는 “문의 전화가 너무 많아서 업무 감당이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시는 13일 자치구별 설명회를 열었고, 14일에는 신규 정비 예정구역을 대상으로 합동 설명회를 개최했다. 9월부터는 후보지를 공개 모집하고 11월 중 후보지를 선정한다


⑨ 지분적립형 방식의 효과와 한계

지분적립형 주택은 서울시와 SH가 자본금이 부족한 30·40세대의 실수요를 충족시키고 이른바 ‘로또 분양’을 예방하겠다며 내놓은 공공분양 주택이다. 일부 지분(최초 20∼40%)만 취득해도 ‘내 집’이 된다. 시세의 반의 반 값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취득한 지분 한도 내에서 재산권 행사를 통해 차익 실현도 할 수 있다. 서울시는 단기 투기를 막기 위해 장기 보유해야 실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막대한 혈세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매자가 지불하지 않은 나머지 지분은 공공 부문에서 부담한다. 이명박 정권에서 시행된 분납형 임대아파트 ‘보금자리 주택’도 결국 공공부문의 자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실패한 바 있다.


⑩ 개발지역 주민의 반발도 난관

8·4대책 발표 직후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공급대책에 반발했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때문이다. 특히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마포구)에 서부면허시험장 부지(3500가구), 상암 DMC 부지(2000가구), 상암 자동차검사소(400가구), 상암 견인차량보관소 등이 포함되자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발표를 비판했다. 정부 정책에 여당의원과 기초단체장이 반대하는 것은 정부가 이곳에 대규모 공공물량(공공임대·임대분양)을 공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암동의 경우 임대주택 비율이 47%를 차지하고 있다. 임대물량이 더 늘어나면 지역의 민간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주민 불안이 크다. 일각에선 이를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라고 비판하지만 공공성 강화에 집착한 정부가 도심 슬럼화 문제나 민간 주택들의 자산가치 하락 등 함께 고려해야 할 필수 사안들도 검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잘못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민·황혜진·권승현 기자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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