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집에서 휴가” 권고에도
정부는 방역보다 내수진작 꾀해
할인쿠폰 등 부랴부랴 잠정중단


임시공휴일을 낀 연휴를 포함해 최근 닷새간 총 991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2차 대유행 위기 국면에 접어든 근본적인 배경에 정부의 안일한 방역 대책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역 당국이 여름철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음에도 정부가 외식 쿠폰을 발행하고 여행 할인을 장려하는 등 방심한 태도를 보이면서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번 주부터 초·중·고 개학이 시작되고, 내달 말 추석 연휴까지 예정된 가운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를 조기에 진정시키지 못하면 그동안 자랑해온 K-방역·의료 시스템도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문화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가 고온 환경에서 활동력이 약해질 것이란 기존의 예측과 분석이 깨지면서 방역 당국은 이번 여름 동안 대유행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왔다. 정은경(질병관리본부장)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6월 22일 브리핑에서 “더 큰 (코로나19) 유행이 가을철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시일 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지난달 20일엔 “가급적 집에서 안전한 휴가를 통해 재충전의 계기로 삼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 유럽, 일본 등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국가들에서 휴가철이나 휴가지에서 감염자가 속출한 점을 근거로 ‘7말 8초’를 중대한 고비로 여겨왔다. 최근 닷새간 폭증한 확진자는 잠복기를 감안할 경우 8월 첫째∼둘째 주 사이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의 움직임은 정반대였다.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내수 진작을 방역 대책보다 앞세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되레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주말에 6차례 외식을 하면 1만 원을 돌려주고, 공연과 영화·전시·체육·숙박·여행 등 6종 할인권과 농어촌 관광 30% 할인권을 배포하는 등 내수 진작을 밀어붙인 것이다. 결국 이런 이벤트는 시행 이틀 만에 중단됐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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