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VPN’이용 서로 연락
조직적으로 대규모 시위 펼쳐

러 ‘벨라루스 개입’ 시사하자
나토 “방심하지 않고 있다”


벨라루스 정부의 강력한 진압에도 재선거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연일 격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SNS와 함께 가상사설네트워크(VPN)의 적극적인 활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9일째를 맞은 가운데 ‘부정 선거의 원흉’으로 지목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재선거는 어렵지만, 개헌을 통해 권력을 재분배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심상치 않은 정국 흐름에 러시아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도 대응책 논의에 나서고 있다.

17일 도이체벨레(DW) 등 유럽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일 벨라루스 대선 기간과 그 이후 벨라루스의 인터넷 접속은 평상시의 20%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벨라루스 당국은 이 원인을 해외로부터의 미상의 공격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벨라루스 시민들은 정부가 시위를 조직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공작으로 보고 있다. 이에 현지 시민들은 접속 지역을 바꿔주는 VPN을 이용해 서로 연락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VPN 활성화에 힘입어 지난 16일엔 수도 민스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2만여 명이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 같은 여론에 루카셴코 대통령의 입지도 좁아지는 분위기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민스크바퀴견인차량(MZKT) 공장을 찾아 그동안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국영기업 노동자들을 만났지만 이날 현장에선 “사임하라”나 “거짓말쟁이”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MZKT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위해 파업 중이며, 이외에도 솔리고르스크에 있는 세계적 규모의 칼륨비료공장 ‘벨라루시칼리’, 동남부 고멜주에 있는 ‘벨라루스 철강공장’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한 상태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대화에서 “여러분은 재선거를 요구하지만 나를 죽이기 전에 재선거는 없다”면서도 “권력을 공유할 용의가 있고, 이를 위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권력 재분배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고 헌법적 권한을 넘겨주겠다”며 “국민투표 후 국민이 원한다면 총선과 대선을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앞서 러시아가 벨라루스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나토는 벨라루스에 위협을 가하지 않으며, 해당 지역에서 군비 확장을 하지 않는다”며 “방심하지 않고 방어적인 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나토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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