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과 대북제재 등 조율”
이인영 ‘워킹그룹 발언’ 견제
美전문가들도 李 발언 우려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 개시 전날인 17일 이례적으로 미 본토와 괌, 인도양에 배치된 폭격기 6대를 동시에 한반도 인근에 투입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제기한 한미워킹그룹 조정 필요성에 “한·미는 제재 이행과 남북협력을 정기적으로 조율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군사력 강화의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 차원이자, 대북정책 기조 및 원칙 재확인을 통해 한·미 공조 체제를 재조정하려는 문재인 정부에 간접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는 이날 “전략폭격기 B-1B 랜서 4대와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 2대 등 6대의 폭격기가 지난 17일 한반도 주변과 일본 인근 상공을 비행했다”고 밝혔다. B-1B 랜서 4대는 미국 텍사스주 다이스 공군기지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했으며, B-2 스피릿 2대는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기지에서 출격했다.
이번 훈련에는 일본 오키나와(沖繩) 가데나(嘉手納) 기지의 F-15C 전투기 4대와 F-35B,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항모타격탄 F/A 18 슈퍼호닛 전투기도 참여했다.
또 미 국무부는 이날 이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은 정기적으로 외교적 노력과 대북제재 이행, 남북협력에 대해 조율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이 장관과 면담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워킹그룹은 한반도에 안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발언과 맞물리면서 문 정부에 대북제재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간접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전문가들도 이 장관의 발언에 “워킹그룹의 기능을 축소하려는 의도로 한·미 동맹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이 장관의 워킹그룹 ‘업그레이드’ 단어는 오도(misleading)됐으며, 이는 실무그룹의 역할을 격하(downgrade)시키려는 것”이라면서 “이는 한국 정부가 그동안 사용했던 많은 남북경협 제안을 부활시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겠다고 말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도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진짜 이유는 워킹그룹이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워킹그룹을 탓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 역시 “이 장관의 언급은 워킹그룹이 (한국의) 경솔한 행보에 대해 의미 있는 점검을 제공한다는 미국의 인식과 충돌한다”며 “대북정책에서 미국과 한국의 의견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라서 워킹그룹은 더욱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박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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