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람암,맨틀 구성하는 암석
대류는 지구의 열 방출 과정
탄성파 탐사,3차원 파악가능
美·소련 수소폭탄 세기 가늠


발밑 땅 아래는 대체 무엇이 있을까? 죽게 되면 대부분 땅속에 묻히기 때문인지 ‘지옥’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땅의 깊은 곳은 전통적으로 죽음과 관련 있다. 생명이 싹트는 땅의 표면과 땅 깊은 곳은 대조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사실 땅 아래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물음이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지구의 구조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고 이는 지구도 하나의 물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구 표면을 구성하는 물질과 동일한 물질로 지구 전체가 구성돼 있다고 하기에는 지구 질량이 너무 컸기 때문에, 내부에 무언가 무거운 것이 들어 있으리란 건 쉽게 추측이 가능했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면 가벼운 지각이 무거운 맨틀 위에 떠 있다는 인식이 확립된다.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한 이해는 20세기에 접어들어 탄성파 탐사 방법이 확립된 이후부터 엄밀해지기 시작했다. 탄성파, 즉 파동이 전파되는 속도는 매질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음파의 경우 소리도 공기보다는 물에서 그 전파 속도가 빠르다. 이런 속도 차를 잘 활용하면 파동이 통과한 곳에 어떤 물질이 있는지 추론해 볼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안드리야 모호로비치치(1857∼1936)가 지진파 속도 관측을 통해 지각 아래에 지진파의 전파 속도가 더 빠른 층이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은 1909년이었다.

독일의 베노 구텐베르크는 1914년 지구 내부 2900㎞ 깊이부터 일부 지진파가 전파되지 않는 액체로 된 구간이 존재함을 밝힌다. 지구 핵의 발견이었다. 지각 아래부터 2900㎞ 핵 위까지 대체로 유사한 특징을 지닌 층이 존재하는 셈인데 이 부분을 바로 맨틀이라고 한다. 발견자의 이름을 따 지각과 맨틀의 경계를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 맨틀과 핵의 경계를 구텐베르크 불연속면이라고 한다.

지구 전체의 부피를 100%라고 하면 그중 맨틀이 약 85%를 차지한다. 핵은 24%를 차지하며 지각은 1%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구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맨틀은 지구 이해의 기본일 수밖에 없다. 현대 지구과학에서는 지구 생성 초기에 맨틀과 핵이 분리되고 그 이후 지각이 맨틀에서 분화돼 나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각은 맨틀이 부분적으로 녹아서 상승한 다음 굳어져 형성됐기 때문에 지각의 이해를 위해서 맨틀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이다. 역으로 지각 연구를 통해 맨틀의 특성을 추론해 내기도 한다.

대륙지각은 화강암, 해양지각은 현무암인 반면 맨틀을 구성하는 암석은 지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감람암이다. 감람은 올리브를 뜻하는데 주로 올리브같이 생긴 둥글둥글한 광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감람암을 손으로 들어보면 현무암이나 화강암에 비해 묵직함을 훨씬 쉽게 느낄 수 있다. 감람암은 맨틀이 존재하는 깊이의 고온고압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흐를 수 있는 특성을 갖는다.

감람암의 이런 특성 때문에 맨틀은 고체 상태임에도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데 이 흐름을 맨틀 대류라고 한다. 맨틀 대류는 기본적으로 지구가 열을 방출하는 과정이며 맨틀 대류의 패턴을 이해하는 것은 지구과학의 큰 과제 중 하나다. 지표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 예를 들어 대륙 이동과 화산활동이 모두 이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탄성파 탐사는 맨틀의 구조를 마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듯 3차원적으로 파악하는 단계까지 도달해 있다. 탄성파를 활용한 맨틀 구조 연구의 활성화가 냉전 시대와 관련이 있음은 흥미롭다. 미국과 소련이 상대방이 실험한 수소 폭탄의 세기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맨틀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맨틀의 3차원 연구에 의하면 맨틀은 수직적으로 균질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뜨거워서 상승하는 부분이 있고 상대적으로 차가워서 하강하는 부분도 있다. 중앙해령과 다양한 해저산 등 지각 물질들에 대한 연구결과는 맨틀이 수평적으로도 균질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태평양 아래의 맨틀과 인도양 아래의 맨틀은 특성이 다르며 서로 섞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대류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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