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사업으로 개통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경전철(왼쪽 사진)과 용인시 용인경전철의 전동차가 각각 경기도청북부청사역과 기흥구 지석역을 통과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당초 실제보다 부풀려진 수요예측을 토대로 건설돼 의정부시와 용인시에 막대한 재정손실을 끼쳤다. 자료사진
민간투자사업으로 개통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경전철(왼쪽 사진)과 용인시 용인경전철의 전동차가 각각 경기도청북부청사역과 기흥구 지석역을 통과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당초 실제보다 부풀려진 수요예측을 토대로 건설돼 의정부시와 용인시에 막대한 재정손실을 끼쳤다. 자료사진

‘용인 경전철’혈세낭비 민자사업 주민소송 길 열어
의정부 등도 지자체 상대로 수천억 손배소 가능성

용인시, 공사비 등 1조 낭비
의정부, 패소뒤 1281억 지급
김해 등 9년간 4157억 부담

개통뒤 수요예측 제대로 않고
인기영합 위해 무분별한 추진
지자체장 치적쌓기에 급제동


경기 용인시 주민들이 제기한 용인 경전철 손해배상 소송이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돼 사업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민간투자사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주민 소송이 잇따라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주민들의 교통수단인 경전철을 운영하기 위해 당장 어쩔 수 없이 민간 사업자에게 수백억 원의 혈세를 지원하고 있지만 언제 주민 소송으로 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용인시민들이 전직 용인시장·공무원 등 관련자 39명을 상대로 제기한 용인 경전철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판결 일부를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명백한 오류가 있는 수요예측 용역이 주민 소송 대상이 되며 사업비 계약(실시협약)의 위법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주민 소송 도입 이후 지자체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감시와 소송 권한을 최초로 인정한 것으로, 지자체의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주민 감시 권한을 강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사건은 서울고법 행정 10부에 배당돼 관련자 책임 여부와 손해액을 산정할 예정이다. 1조 원의 손해배상 요구액이 모두 인정되지 않더라도 세금 낭비 행정에 철퇴를 내리는 등 파급은 클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는 그 결과대로 사업 관련자를 상대로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다.

앞서 시민들은 지난 2013년 10월 수요 예측 잘못으로 매년 473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시가 시행사와 국제소송을 벌이며 공사비 등 1조32억 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배상청구가 주민소송 요건에 부합하지 않고 관련자의 중대 과실이 없다며 기각했다. 용인 경전철은 지난 2002년 한국교통연구원이 1일 교통 수요를 13만9000명으로 예측했지만 2013년 개통 시에는 하루 평균 이용객이 9000명(6.4%)에 불과했다. 시는 2010년 준공을 둘러싼 국제재판 끝에 시공사에 공사비 등 8500억 원을 물어준 데다 현 경전철 사업자에게 노선 운영자금으로 매년 200여억 원을 지급하는 바람에 재정은 더욱 악화됐다.

의정부시도 지난해 10월 파산한 의정부 경전철 민자사업자 측이 제기한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해지 시 지급금 2146억 원 가운데 1153억 원과 이자 128억 원 등 1281억 원을 민자사업자에게 지급했다. 나머지 993억 원은 청구할 경우 지급해야 한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1심 패소로 시의 재정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주민들이 시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벌일 수도 있다.

시는 지난해 1월 경전철 대체사업자로부터 민간투자비 명목으로 조달한 2000억 원과 예산으로 약정금을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민간투자비 2000억 원에 대한 이자로 1년에 57억4000만 원씩 23년 동안 1320억 원을 대체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시가 최소비용보전(MCC)을 위해 연간 140억 원을 지원하고 있으나 대체사업자가 파행 운영 시 책임 논란이 예상된다.

2012년 7월 개통한 의정부 경전철은 1일 승객이 수요예측 7만9000명의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3600억 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해 2017년 5월 파산했다. 파산관재인이 2017년 6월 실시협약 해지 통보와 함께 해지 시 지급금을 청구했으나 시가 거부하자 약정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9월 개통해 부산 사상∼경남 김해 삼계역(21개 역, 23.2㎞)을 운행 중인 부산김해경전철.  부산시청 제공
2011년 9월 개통해 부산 사상∼경남 김해 삼계역(21개 역, 23.2㎞)을 운행 중인 부산김해경전철. 부산시청 제공

부산 사상과 경남 김해 삼계역을 잇는 부산김해 경전철은 5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1년 9월 개통했다. 21개 역에 총연장은 23.2㎞로 부산 지하철 2, 3호선과 연결된다. 인구가 줄어드는 부산에 비해 급성장하는 위성도시이자 중소기업 공단이 활성화된 김해와 대중교통으로 연결할 필요성에 따라 건설된 것이다. 건설과 운영(30년)은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총사업비 1조3236억 원 중 대부분인 8320억 원이 민자로 투입됐다.

그러나 건설 당시 이용승객 수요예측을 잘못해 MRG 방식에 따라 부산·김해시가 건설운영비용의 차입금 상환 및 이자 보존을 위해 엄청난 금액의 재정보조금을 지원해왔고, 앞으로도 지원해야 한다. 당시 수요는 하루 평균 20만 명으로 예측됐지만 개통 직후 3만 명 수준에 불과했고, 2016년에야 5만 명을 넘어선 뒤 제자리걸음이다. 수요 예측치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재정지원금은 부산이 37%, 김해가 63%를 분담하게 돼 있다.

재정지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두 시는 2017년 3월 부산김해경전철㈜ 측과 협상을 다시 해 MRG 방식을 MCC로 바꿔 향후 지원금을 포함해 3044억 원을 절감했다. 그러나 이처럼 지원금을 줄였는데도 지금까지 9년간 분담비율에 따라 부산 1554억 원과 김해 2603억 원 등 4157억 원을 부담했고, 앞으로도 오는 2041년까지 21년 동안 두 시는 1조2958억 원을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 두 시는 이에 따라 그동안 이자가 많이 내린 점을 감안해 다시 ‘자금 재조달’ 방식으로 계약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승객 수요예측을 잘못한 것이 부담의 원인이지만 대중교통의 확충과 이용객들 때문에 운영은 이대로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853억 원을 들여 추진한 월미은하레일(바다열차)도 지난해 10월 개통됐지만 시설 보완 이유로 183억 원의 혈세가 더 들어가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의정부 = 오명근·용인 = 박성훈 기자
부산 =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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