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조립식 빌트인→붙박이
표현 달라지면 소외감 없어져
지난해부터 이어진 집값 폭등으로 부동산 개발과 투자는 지역과 세대를 넘어선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건축과 도시계획, 투자 등이 중첩되는 분야이다 보니 까다로운 용어가 많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모델하우스(견본 주택·본보기 주택) 등과 같이 일상용어로 자리 잡은 사례도 있지만, 불필요한 영어 남발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안겨주고 있다.
부동산 개발 관련 용어부터 온통 영어다. 언제부턴가 ‘디벨로퍼(developer)’가 ‘부동산 개발업자’라는 말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안전’은 ‘세이프티(safety)’로, ‘보안’은 ‘시큐리티(security)’로 대체됐다. 지역 발전을 홍보하는 지방자치단체 홍보물에서도 ‘랜드마크(landmark·상징물 또는 상징 건물)’ ‘스마트 셸터(smart shelter·복합 기능 쉼터)’ ‘핫 플레이스(hot place·명소 또는 뜨는 곳)’ 등의 용어가 걸러지지 않고 쏟아진다. ‘마스터 플랜(master plan)’과 ‘스카이라인(sky line)’ 등도 각각 ‘종합계획 또는 기본설계’ ‘하늘 지붕선’ 정도로 바꿀 수 있다.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영어 남용 사례로는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부동산 투자신탁)’ ‘프라임 레이트(prime rate·우대 금리)’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갭(gap) 투자’나 ‘다운(down) 계약’ 등도 ‘시세차익 투자’ ‘(금액)축소 계약’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건축 관련 용어도 쉬운 우리말을 찾는 대신 영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사례가 많다. ‘모듈러(modular·조립식) 주택’ ‘빌트인(built-in·붙박이 또는 설치형)’ ‘임베디드(embedded·내장형)’ ‘월 패드(wall pad·통합 주택 제어판)’ ‘팬트리(pantry·(식품)창고 또는 다용도실)’ ‘헤링본(herringbone·생선뼈무늬 또는 빗살무늬)’ ‘아트월(art wall·장식 벽)’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 공간과 집단 공간을 모두 공유하는 ‘셰어 하우스(share house)’는 ‘공유 주택’으로, 집단 공간만 공유하는 ‘코리빙 하우스(co-living house)’는 ‘공간 나눔 주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리모델링(remodeling)’ ‘리뉴얼(renewal)’ ‘리폼(reform)’ 등으로 혼용되는 것도 ‘건물 개조’나 ‘새 단장’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문화일보·국어문화원연합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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