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상진초등학교 김현정(38·왼쪽 첫 번째) 교사가 동료 교사들과 수업 지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울산 동구 상진초등학교 김현정(38·왼쪽 첫 번째) 교사가 동료 교사들과 수업 지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울산 상진초 김현정 교사

졸업생들 ‘언택트 이벤트’
온라인 대화방서 마음 전해
‘쓰레기 줄이기’ 생활화 등
스스로 문제 해결하게 교육

‘나답게 살기’ 중요성도 강조
“자신감 충만한 사람이 되길”


“딩동!” “대화방에 입장해주세요.”

스승의 날이었던 지난 5월 15일, 온라인 수업 자료 제작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던 울산 동구 상진초등학교 김현정(38) 교사는 한 통의 온라인 대화방 초대 알림을 받았다. 초대자는 김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지난해 6학년 학생들이었다. 올해 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김 교사를 찾아뵈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대화방에서 대신 인사를 한 것이다. 대화방에는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감사해요’ 란 내용의 편지 사진이 쉼 없이 올라왔다.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에 김 교사는 코끝이 찡해졌다.

김 교사가 아이들에게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말을 잘 들어주는 선생님’으로 통한다. ‘민주시민교육’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학생들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에서부터 모든 교육을 시작한다. 지난해에도 10년 만에 6학년 담임을 맡았다는 설렘으로, 반 학생들과 일 년 동안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했다. 학교 현장의 문제점을 찾고, 학생들끼리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도했다. 처음엔 문제를 찾고, 해결 방법을 도출하는 일을 어색해했던 학생들은 점차 학급 단위의 공통 프로젝트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아침 교통안전 캠페인에 나서거나, EBS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펭귄 캐릭터 ‘펭수’의 고향을 지키기 위한 ‘제로 웨이스트’(포장지를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 생활을 실천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을 진행했다. 일 년 동안 크고 작은 민주교육을 실천한 학생들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돈독해졌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면서 자기 자신과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로 어울리는 방법을 깨닫게 됐다”며 “교사와 학생 서로서로 많이 대화하고, 이해하는 과정 속에 정말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른 분야와 비슷하게 교육계에도 일종의 트렌드가 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사회에 맞는 인간을 기르기 위해 교육은 변화하고,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최근 교육계 트렌드는 민주시민교육이다. 몇 년 사이 각 시도 교육청에는 ‘민주시민교육과’가 신설될 만큼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가치와 태도 함양에 대한 교육활동이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김 교사는 “사회 갈등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학생들이 본인과 관련된 문제를 인식하고 직접 참여해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해보면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고 보다 이성적으로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미래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민주시민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는 개인의 뛰어난 역량보다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자질이 더욱 요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긍정적인 대인관계 역량과 의사소통 능력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꼭 필요하다고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있다”며 “교육할 때 관련 자질을 함양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나답게 살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학생들에게 늘 말한다고 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꿈과 끼를 찾아 펼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에서다. 김 교사는 “자신의 모습과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강점과 잠재력을 깨우쳐 이를 발전시키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면서 “모두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들 내면의 목소리에 누구보다도 귀 기울이고, 훌륭한 시민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김 교사는 어떤 선생님으로 남고 싶을까. 그는 “학생들이 순간순간 ‘선생님과 함께했던 시간이 참 좋았지’라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면서 “학생들이 저와 같이했던 활동 중 하나를 떠올렸을 때 웃음이 나고 마음속에 긍정적인 생각이 자라나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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