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경남 양산의 시골 마을에서 함께 뒹굴며 자란 소꿉친구이자 한 살 차이 옆집 누나·동생 사이였습니다. 우리 둘은 다른 동네친구들과 어울려 종일 논과 벌판을 헤집고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 제(혜지)가 이웃 마을로 이사한 뒤 남편(지일)도 부산으로 이사하면서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 후 2018년 7월, 고향 친구와 가진 술자리에서 남편과 연락이 닿아 그 자리에서 짧게 통화했습니다. 다음 날 여름휴가 중이었던 남편이 제가 사는 동네로 찾아왔고,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릴 적 맨날 넘어져 울던 남편은 못 본 새 든든한 상남자가 돼 있었습니다.
이후 남편은 꾸준히 저를 찾아오며 호감을 표현했습니다. 저는 당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매일 마감 1∼2시간 전에 와서 저를 기다렸다 집에 바래다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단둘이 간 바닷가에서 남편은 정말 두서없이(그래서 더 진심이 느껴졌지만) 고백했습니다.
1년 정도 연애를 이어가던 우리 둘은 지난해 결혼식 전용 성당으로 지어진 부산가정성당에서 준공 1주년 기념으로 두 커플을 선정해 결혼비용 일부를 지원해준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꽝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성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1순위 커플에게 사정이 생겨 3순위였던 우리에게 지원해 주겠다는 겁니다. ‘뭐지? 결혼하라는 하늘의 뜻인가?’ 싶은 마음에다, 부모님들도 모두 찬성하셔서 지난해 9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면서도 편한 짝을 만난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는 삶이 아닌 즐기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매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늘 대화로 풀고 함께 해결해 가는 사이가 됐으면 해. 항상 함께 의논하고 준비하고. 특별하지는 않아도 우리 둘, 항상 즐겁게 살자.”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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