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그룹 2.0 버전 제안 등
韓·美이견에 동맹 훼손 우려


문재인 정부는 대북 지원 방침을 거듭 밝히며 한·미 대북정책 조율기구인 워킹그룹의 기능 조정 필요성을 미 측에 제기하면서 ‘나 홀로 행보’를 강행하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이 장기 교착 국면임에도 동맹 간에 이 같은 이견이 노출되면서 향후 대화 재개 시 더 큰 동맹 갈등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을 계기로 한반도 정책에서 중국의 입김이 세지면 미·중이 한반도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를 제약한다는 비판적인 견해도 있었다”며 “워킹그룹 운영과 기능을 재조정해 한미워킹그룹을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자”고 주장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해리스 대사의 입장은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발전에 저해가 아니라 오히려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것은 해리스 대사와 논의할 문제는 아니고 그냥 우리 통일부 장관이 자주적으로 풀어가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우리 권한을 모두 위탁하는 통감 정치처럼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미가 대북정책 기조뿐만 아니라 한·미 간 정책 조율의 방식에서까지 이견을 노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국방부와 고위 당국자들은 최근 잇따라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대북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기조를 밝히고 있다. 반면 문 정부는 한·미 공조의 틀을 벗어난 독자 노선을 통해서라도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문 정부는 대북정책 성과를 위해 중국의 협조도 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전날 해리스 대사에 이어 19일에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접견할 예정이다.

문 정부의 행보는, 최근 들어 중국을 체제의 ‘적(敵)’으로 규정하고 동맹·우호국에 반중 전선 동참을 촉구 중인 미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 미·중 갈등 파고가 높아질수록 미국의 반중 전선 동참 압박이 강해지고, 이를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경고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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