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마크롱과 연쇄 통화
“내정 개입 용납될 수 없어”
EU와 갈등 양상으로 확전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부정 선거 의혹을 규탄하는 시위가 10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에 사태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시위대를 ‘서유럽의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벨라루스의 내부갈등이 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18일 크렘린 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벨라루스 내정에 어떤 외부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 등은 “벨라루스 당국이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용을 중단하고, 루카셴코 대통령이 야권과 대화할 것을 촉구했다”고 크렘린 궁은 전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루카셴코 대통령과도 통화해 메르켈 총리 등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서부국경 지대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서방 세력의 배후설을 제기한 뒤 폴란드와 접경한 이 지역 주둔 부대들의 전투태세를 최고 수위로 격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벨라루스 사태를 놓고 러시아와 EU 간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벨라루스 정국의 핵심 인물로 시위대 및 루카셴코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EU를 지목했다. 현재 러시아는 옛 소련권 국가들의 안보협력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틀 내에서 벨라루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안보보장을 위한 군사적 지원을 할 수 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1999년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 조약을 체결해 국가통합을 추진해 왔지만, 러시아가 경제위기로 인해 벨라루스에 대한 특혜 조치를 폐지하면서 양국 관계는 틀어졌다. 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이 축출 위기까지 몰리자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는 푸틴 대통령도 이를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막심 사모루코프 연구원은 BBC방송에 “러시아의 최우선 과제는 벨라루스가 서방으로 편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고, 독선적인 루카셴코를 그런 편입 과정을 막을 수 있는 인물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무력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EU는 벨라루스의 대선 결과를 부정 선거로 규정하면서 제재 가능성까지 시사한 만큼, 러시아와의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우·장서우 기자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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