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확보위해 알짜자산 매각
전문가들“코로나 재확산 조짐
정부, 규제 풀어 숨통 틔워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들이 현금 보유량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반기 들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재확산 조짐을 보임에 따라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는 대신 더 적극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에서는 핵심 투자인 연구·개발(R&D)비를 줄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19일 문화일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액은 36조109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26조8860억 원 대비 34.3%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자동차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액이 지난해 말 8조6820억 원에서 지난 6월 말 10조8838억 원으로 25.4% 증가했다. LG전자(4조7774억 원→5조4648억 원)와 포스코(3조5149억 원→ 6조383억 원), SK하이닉스(2조3061억 원→3조9182억 원) 등도 이 기간 현금 자산 보유액이 대폭 늘었다.
실탄 확보를 위해 알짜 자산 매각에 나선 기업도 적지 않다. SKC는 최근 자회사인 SK바이오랜드 보유지분(27.94%) 전량을 현대HCN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KC는 “지분 매각을 통해 성장재원을 확보함으로써 모빌리티·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 중심의 2단계 혁신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CJ그룹도 최근 외식 계열사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뚜레쥬르’ 사업 매각에 나섰다. CJ푸드빌은 지난해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면서 영업손실을 큰 폭으로 줄였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업계가 불황에 빠지자 추가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뚜레쥬르 매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은 올해 들어 R&D비용마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R&D비용 합계는 230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2583억 원과 견줘 10.8% 줄었다.
경제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투자 대신 현금 보유를 택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맞춤형 지원대책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등으로 불확실한 경영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금성자산이 있으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생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을 중심으로 현금성자산을 더 확보하려는 기업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며 “기업이 투자하도록 강요하기보다는 기업을 옥죄고 있는 규제 등을 풀어주거나 완화해주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장병철·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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