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우 논설고문

미국의 한 심리학자가 한쪽은 철사로 만든 가짜 엄마에 젖병을 끼워두고, 다른 한쪽에는 헝겊으로 만든 가짜 엄마를 배치한 후 아기 원숭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유명한 ‘헝겊 엄마, 철사 엄마 실험’이다. 놀랍게도 새끼 원숭이는 우유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헝겊 엄마 품에서 더 많은 시간을 지냈다. 이런 실험 결과를 익히 알고 있는지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비슷한 정책 실험을 하고 있다. 소수 임대인을 규제해 다수의 임차인을 헝겊으로 만든 품에 안겠다는 ‘임대차보호법’이다.

최근의 일이다. 역사를 자랑하는 유력 일간지 2곳이 같은 날 임대차보호법을 주제로 완전히 상반되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A 신문의 칼럼은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시장원리를 벗어날 경우 더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법 자체를 경계하는 쪽이었다. 반면 B 신문은 “2년마다 임대료가 급등하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고통을 방치하는 게 옳은가”라고 반박했다.

A 신문은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저술한 ‘경제학의 원칙’을 인용하면서 “임대료 규제가 주택공급의 양과 질을 떨어뜨린다는 명제에 경제학자 93%가 동의한다”고 지적했다. 옳은 이야기지만 이성적이고 차갑다. 이에 비해 B 신문은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여당의 법안에 대해 ‘반시장적 공산주의’라며 이념적 공세만 하고 서민의 현실적 고통을 외면한다”고 비판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따뜻한 품으로 안으려 했다.

아마도 국민의 상당수는 시장 원리보다 도덕과 감성에 호소하는 B 신문의 논지를 더 지지할지 모른다. 집권 여당 또한 이런 판단에 따라 임대차보호법을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러나 여당이든 B 신문 칼럼이든 같은 날 C 신문에 실린 ‘강사법 1년’에 관한 사설도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사설 요지는 간단하다. 대학 강사의 고용안정을 위한 강사법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강사 자리 2만 개가 줄어드는 역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강사들은 1년간 교원 신분이 유지되다 보니 강의가 끊겨도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되고 프리랜서를 위한 코로나19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 했던 강사법은 차가운(?) 진실에 접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임대차보호법은 진실에 직면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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