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턱에서 한 방울

볼에서 한 방울, 그러나 무더위가

숫자를 지우고 있지 숫자를 세는 나까지

지우고 있지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전에

해가 지고 폐허가 되어

걸어가는 나를 만난다면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뒤통수를

긁을 필요가 없다면



사랑한다고 말한 후에

사랑한다고 말한 순간을 깜박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된

무더위의 위치가

살아 있는 동안에만 느낄 수 있는 포옹이라면



포개지지 않는 포옹이라면

포개지지 않아도 포옹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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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2002년 ‘창작과 비평’ 신인시인상을 받으며 등단. 시집 ‘다음 생에 할 일들’ ‘불안할 때만 나는 살아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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