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에 더해 화학무기 위협까지 더욱 심각해지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당국자들이 한·미 안보 협력의 고리를 약화시키려 드는 모습이 더 노골화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 관계를 제약하는 그런 기제로 작동했다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에 해리스 대사는 공개석상에서 사실상 반박하는 견해를 밝힘으로써 그런 주장을 비판했다. 이 장관은 워킹그룹의 재조정·재편을 주장하고, 워킹그룹 ‘2.0 버전’을 만들자고도 했다. 워킹그룹은 북한 비핵화 촉진 및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 남북 협력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2018년 11월 발족한 실무협의체다. 워킹그룹 덕분에 제재 위반에 대한 우려 없이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도 가질 수 있었다.

따라서 “워킹그룹은 효율적인 메커니즘”이라는 해리스 대사의 주장은 타당하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정부 내 이런 주장이 “상전이 강박하는 실무그룹” “친미사대 올가미” 등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난 6월 입장 발표 이후 급속히 확산했다는 사실이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남북관계 발목을 잡는다며 해체론을 폈고, 이적단체를 계승한 국민주권연대 등도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이른바 자주파로 알려진 학자 출신의 최종건 신임 외교부 1차관은 18일 워킹그룹 해체론에 대해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최근 발표된 미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60개의 핵폭탄에 2000∼5000t에 달하는 20여 종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 워킹그룹 해체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면, 문 대통령의 뜻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면 이렇게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과 동맹 앞에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할 때다.


[알림]

문화일보 8월 19일자 31면에 게재된 ‘통일장관까지 韓美워킹그룹 거부, 文 대통령 입장 뭔가’ 사설과 관련, 통일부는 ‘이인영 장관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의 면담에서 워킹그룹을 거부한 일이 없었다’고 알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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