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논설고문

“음(音) 하나하나에 영혼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작곡가들이 자기 삶을 바쳐 음표를 쓸 때, 연주자에게 그냥 손가락을 움직이라고 한 건 아니다. 영혼을 불어넣은 음표인 만큼, 내가 피아노를 칠 때도 음 하나마다 영혼을 담아 가슴으로 쳐야 한다. 나는 음표와 음절이 내게 삶의 이야기로 들려오는 곡들만 연주한다. 내가 그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면 전달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본명이 김지용으로,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단아’ ‘세계적인 천재 피아니스트’ 등으로 불리는 지용(29)이 어느 자리에서 한 말이다.

성악가인 어머니가 발견한 피아노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1999년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하기에 앞서 10세이던 2001년 뉴욕 필하모닉이 주최한 영 아티스트 콩쿠르 우승으로 가진 협연 무대로 세계에 데뷔했다. 이어진 독주회와 세계적인 교향악단들과의 협연은 ‘19세기에 가장 인기 있었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헝가리의 프란츠 리스트를 연상시킨다’거나 ‘러시아 출신 천재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의 뒤를 이을 듯하다’는 식의 호평을 받게 했으나, 시련도 닥쳤다. 연주를 마친 뒤의 허탈감·고립감·괴리감 등을 견디기 어려워 2008년 음악 활동을 전격 중단했다. 가게 점원 등을 하며 방황한 끝에 “둘러싸여 있던, 음악에 부수적인 것들을 걷어내고 보니 음악 자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됐다”는 그는 연주 활동을 재개했고, 2010년 발레리나 강수진과의 협업 공연 등으로 또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에 와서 지난해 해체된 실내악 앙상블 디토 일원으로도 활동한 그는 올해 초에 이상트리오를 결성했다. 시인·소설가 이상과 음악가 윤이상의 예술세계를 이어받은 음악적 이상(理想)을 추구한다는 뜻을 담은 이름으로, 수필가 피천득의 외손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35),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에서 활동해온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37) 등이 멤버다. 3화음이라는 뜻의 ‘The Triad’ 주제로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상트리오 첫 연주회가 미국 체류 중이던 한 멤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접촉 사실 통보로 취소됐으나, 열리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지용의 또 다른 도전이 관객들에게 특별한 음악적 경험을 안겨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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