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모 활용한 英 포클랜드戰
美英동맹과 핵잠수함이 勝因
무기는 敵·임무에 최적화 필요
北 대처에 3만t 경항모 부적절
해군 욕심과 정치 쇼 겹친 亡作
韓美 신뢰 높이는 노력 더 시급
1982년 포클랜드전쟁에서 영국은 경항모를 동원해 승리했다. 영국의 승전 요인이 제공권 장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영국의 제공권 장악 결정 요인은 경항모와 해리어 전투기가 아니라, ‘동맹 활용’과 ‘핵잠수함’이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프랑스로부터 최신 공대함미사일인 엑조세를 대량 구매했지만, 영국은 프랑스에 협력을 요청해 5발 납품에서 중단시켰다. 만약 엑조세 납품이 계속됐다면 영국 항모도 타격받았을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는 최신 공대공미사일인 ‘사이드와인더-L’을 긴급 도입했다. 아르헨티나가 보유한 미사일은 공중전에서 적 전투기의 꼬리를 잡아서 열원을 향해 미사일을 쏘는 방식이다. 반면, 영국이 긴급 도입한 미사일은 적 정면에서도 미사일을 쏠 수 있었다. 공대공미사일 성능의 차이가 영국의 공중전 압승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영국은 동맹인 미국과 프랑스를 적절히 활용해 무기체계에서 순식간에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영국은 ‘인빈서블’ 경항모를 동원했지만, 아르헨티나도 ‘베인티신코 데 마요’라는 경항모가 있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항모는 단 한 번도 전투에 참가하지 못했다. 개전 초기에 자국 순양함 ‘제너럴 벨그라노’가 영국 핵잠수함에 의해 격침되는 것을 본 아르헨티나 해군이 항모 출격 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만약 아르헨티나 항모가 출격했다면 영국이 제공권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 영국은 경항모의 한계를 인정하고 7만t의 대형항모 건조로 방향을 바꿨다. 냉전시대 영국의 상대였던 소련은 항모가 제대로 없었지만, 지금의 중국은 5척 이상의 대형항모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또, 영국은 냉전 이후 참전했던 중동의 여러 작전에서 경항모라는 제한 때문에 폭격 임무는 거의 수행할 수 없었다. 연합군 내에서 영국의 위상이 크게 떨어지게 된 요인이다. 항모는 상대가 누군지, 그 군대가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따라 능력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최근 국방중기계획에서 해군이 3만t급 경항모 건조를 추진한다는 발표가 나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우리의 최대 위협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고, 이를 타격하는 것이 군사력의 핵심이다. 경항모의 F-35B 전투기는 내부 무장창이 작아서 1000파운드 폭탄 2발만 장착할 수 있다. 벙커버스터는 탑재가 안 되는 것이다. 개전 초, 적(敵)의 방공망이 살아 있는 가운데 스텔스성을 활용해 적진 깊숙이 날아가, 갱도에 숨겨 놓은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할 수 있는 2000파운드 벙커버스터를 내리꽂을 수 있어야 한다. 경항모의 F-35B는 안 되지만 공군의 F-35A나 미 해군 항모의 F-35C는 그렇게 할 수가 있다. 또, 대형항모는 1대의 전투기를 하루 2회 이상 띄울 수 있지만, 경항모는 하루 1.5회 출격도 힘들다.
해군 항공모함 건조 연구 용역을 수행했던 필자는 당시 해군 수뇌부의 인식에 아연했다. 7만t 이상의 대형항모를 주장했던 필자에게 해군은 “7만t짜리 항모와 경항모를 테이블에 올렸을 때 어느 게 성사가 쉽겠는가? 일단 사업이 가야 한다. 경항모로 해 달라”고 했다. 황당하지 않은가? 해군은 한국의 전장 상황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가 목표가 아니고, 단지 항공모함만 가지면 된다는 것으로 보였다. 군 관련 활동을 하면서 군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일단 사업은 가야죠”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전력이 아니면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민간인 생각인데, 군은 전력은 모르겠고 당대에 사업만 추진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또, 핵잠수함 호위 없는 아르헨티나 항모의 교훈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그런데 동맹을 활용하긴커녕 최악으로 치닫는 한·미 관계를 보면 과연 핵잠수함 건조가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진보 정권이 안보는 더 신경 쓴다’는 홍보를 위해 경항모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항모는 도입 후 최소 50년을 운용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진정으로 군 전력을 강화하고 싶다면 한·미 관계 정상화가 우선이다. 한·미 관계가 좋으면 핵잠수함은 물론이고 항모의 최신 기술까지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
해군의 욕심에 정부의 인기 영합 의도가 더해져 군사력 최상층부에 자리할 스텔스 전투기와 항모를, 향후 50년간 주변국에 제대로 목소리도 못 내는 전력으로 추진하려는 국방계획은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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