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선거는 참된 민주정치 구현을 위한 요체이자 국가와 사회 발전의 초석이다. 따라서 선거 부정(不正)은 민주정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대한 국기 문란 범죄다. 특히,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민주주의의 적(敵)이다. 이 점에서 9개월가량 공전해온 검찰의 ‘울산시장 선거 의혹’ 수사가 사실상 흐지부지되는 건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다.
윤석열 검찰은 지난 1월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 수사하라”고 한 대통령의 말을 믿고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에 대해서는 총선 후 ‘계속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권력바라기만 해 온 검찰의 흑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산 권력’ 수사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기소와 대통령을 형으로 불렀다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구속에 이어 국민은 진짜 검찰의 모습을 잠시나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사단 대학살’이란 인사 조치로 수사를 지원한 대검 참모들은 대거 좌천되고 사실상 수사는 동력을 잃었다. 급기야 이달 초 파견 검사들까지 원대 복귀하면서, 수사는 13명 기소 후 아무런 추가 사실도 밝히지 못하고 사실상 끝났다. 검찰은 “기소 후에도 100명이 넘는 사람을 조사했고, 수사는 계속하고 있다”고 하지만, 임종석·이광철 등 핵심 피의자들은 아예 소환 자체에 응하지 않고, 이에 대해 검찰은 체포영장 등 어떠한 원칙적 대응도 없이 수수방관하는 상황 아닌가.
울산시장 선거 의혹은, 문 대통령이 “당선이 소원”이라고 했던 30년 지기(知己)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7개 부서가 총동원된 사건이다. 기존 공소장에 ‘대통령’이라는 말이 15번 등장할 정도로 ‘대통령’을 빼놓고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수사가 대통령은커녕 비서실장과 민정비서관 앞에서 멈춰 섰다. 이것이 과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올바른 모습인가. 아무리 윤 총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조남관 대검 차장 등 ‘정권의 충견’들에 둘러싸인 고립무원 상황이라 하더라도 검찰총장이라면 최소한 직을 걸고 수사는 엄정하게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윤 총장은 지금이라도 오로지 ‘국민’과 ‘헌법’만 바라보고 울산시장 선거 의혹을 한 점 의혹 없이 파헤쳐 민주주의의 적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검찰개혁’이란 다른 게 아니다.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모든 국민이 잠재적 이해 당사자와 피해자임을 명심,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하는 것, 이것이 바로 검찰개혁의 요체다. 누구든지 법을 어긴 자는 철저히 수사해 거악 척결과 정의 실현이라는 본연의 사명에 투철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검찰개혁이다.
윤 총장이 만에 하나 ‘권력 수사’와 ‘직(職)’을 거래해 적당히 타협한다면 이는 국가뿐 아니라 정권과 검찰, 총장 개인에게 엄청난 불행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권력’에 의해 은폐된 진실은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언젠가 ‘죽은 권력’이 되면 반드시 드러난 것이 역사를 통해 검증된 진리이기 때문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 ‘정권교체 후 특검’이 아니라 부디 ‘현 검찰’에 의해 진실이 낱낱이 파헤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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