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21∼22일 부산을 방문해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만난다고 한다. 서 실장은 그를 만나러 부산까지 가야 한다. 공식 방한하는 외교관이 특별한 이유 없이 서울 대신 부산을 찾는 것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청와대는 19일 “양 위원이 서 실장의 초청으로 부산을 방문한다”고 발표하면서도 왜 부산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서 실장의 초청이면 서울 방문이 더 당연하다. 혹시 부산에서 회동해야 할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면 국민 앞에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일각의 추측처럼,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서울을 기피한다면 대한민국의 역량과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한국은 코로나 방역에서 세계 최우수 국가다. 2000만 수도권 주민이 오늘도 생활하고 있다. 외교를 위해 방문하면서 서울을 외면한 것은 상대국을 얕잡아보는 심각한 갑질이다. 코로나19 초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어려움이 한국 어려움”이라며 중국에 대한 문을 닫지 않았던 데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더 황당한 것은 문 정부의 대응이다. 중국의 오만한 태도에도 별다른 문제의식도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조공국(朝貢國)을 자임하고 외교 굴종도 감내하겠다는 것으로도 비친다. 최근 미·중 갈등이 전면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코로나 책임론과 홍콩보안법 사태 등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처지다. 일본은 시진핑 주석 국빈방문을 취소했고, 독일에서도 시 주석 방문 반대론이 비등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정부만 중국에 굽실거리며 시 주석과 양 위원을 모시지 못해 안달한다면, 한·미 안보 동맹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가치 동맹에서 이탈해 친중 노선으로 가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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