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천생연분을 몰라보거나, 재능을 낭비한 것도 죄가 된다면? ‘저세상’의 심판이 그런 것이라면, 우리에게 천국은 더 먼 곳이 될지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두 번째 희곡 ‘심판’은 지상과는 전혀 다른 가치와 규범이 적용되는 ‘천상 법정’을 배경으로 한다. 베르나르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 유쾌한 비틀기는 물론이고, 압축적인 분량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희곡이지만 소설처럼 읽힌다.

수술 도중 급작스럽게 죽게 된 주인공 아나톨은 생전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좋은 직업인으로 살았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죄로 인해 다시 태어나야 하는 ‘삶의 형’을 받는다. 그는 처음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으나 환생을 앞두고는 “삶이 두렵다”며 거부하기도 하고, 다음 생엔 ‘농담을 잘 써먹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엉뚱한 요청을 하기도 한다. 이 ‘특별한 심판’을 관람하며 각자의 지난 생을 돌아보자. 멀리 또 가까이. 224쪽, 1만28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