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가 둘이래요! | 정설희 글·그림 | 노란돼지
그런데 작품의 서사는 굳세다. 앞면지에는 운동장에서 말다툼하는 두 명의 심각한 어린이가 나온다. 표지에서 엄마에게 환하게 손을 흔들고 놀러 나온 주인공은 어느새 그 아이들을 말리러 뛰어가고 있다. 속표지는 다투던 두 아이를 포함해서 세 아이가 소꿉놀이하는 장면이다. 벌써 화해한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아이는 아빠를, 다른 아이는 엄마를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들의 주인공이 여기서 “나도 엄마!”를 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어떻게 엄마가 둘일 수 있느냐는 반발에 주인공이 벌떡 일어나면서 “아니야. 나도 할 수 있어. 나는 엄마가 둘이래”라고 외친다. 두 아이는 말도 안 된다고 성을 내지만 주인공은 이쯤이야 하며 밝게 웃는다.
그렇다. 이 책은 제목처럼 엄마가 둘인 아이의 이야기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낳아준 엄마가 또 있다. 주인공은 그 엄마가 어떤 얼굴일까 틈틈이 상상한다. 기관차 운전사일까, 자동차 수리공장의 만능 정비사일까, 기린과 침팬지를 돌보는 사육사일까 생각하면서 한바탕 상상의 엄마놀이를 펼치며 뛰어논다. 그런데 넘어진 주인공을 꽉 붙잡아주는 엄마가 나타난다. 구조대원이다. 낳은 엄마가 기른 엄마와 겹쳐지는 순간 독자는 둘 다 한 아이의 엄마라는 걸 깨닫는다. 아이는 “엄마!”를 부르면서 현실로 돌아온다. 구해준 엄마가 곁에 있다. 이 그림책에서 제일 좋은 것은 이어지는 다음 대화다. “잠깐 다른 엄마 생각하고 있었어. 나를 배 속에서 키워준 엄마.” “그랬구나.” 포근하다. 엄마가 둘인 아이들이 있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 멋진 일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세 명이 엄마가 되어주고 백 명이, 만 명이 엄마가 돼주면 좋겠다. 유순한 그림책의 강력한 힘이 우리의 편견을 바꾼다. 40쪽, 1만3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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