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조 목사는

김신조 목사는 남한에 귀순한 뒤, 북한에 남겨두고 온 부모님이 고향인 함경북도 청진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당한 소식을 듣고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좌절을 겪어야 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육신이 고된 훈련으로 부자유했으나, 남한에서는 부적응으로 인해 정신이 부자유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부인의 권유로 기독교 신앙에 귀의하면서 또다시 새 삶을 얻게 된 사연을 얘기했다.

김 목사는 “북한에 김신조는 북한 체제를 부정하고 혁명노선을 안 지킨 비겁자로 낙인찍혔다”며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총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각오는 했지만 막상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마음이 어떠했겠나”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는 “31명이 내려왔으나 모두 처참하게 죽고 나 혼자만 죽지 못하고 남았다는 심적 고통과 자책에 시달렸다”며 “초등학교 교과서에 무장공비 김신조 사진까지 실려 자녀들이 공비 자식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아 남한 생활도 정신적 고통이 컸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내의 끈질긴 설득 덕도 있지만 교회에 가기로 결심한 것은 자녀들 때문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교회에 나가고부터 나를 멀리하지 않고 오히려 가까이 대했고 얼굴빛도 밝아지고 성격도 활달해졌다”며 “그때부터 북한·남한의 삶에 이어 3번째 신앙의 삶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관광코스가 된 ‘김신조 루트’를 찾는 국민에게 지금은 제 삶을 통해 ‘천국 루트’를 발견하도록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 ‘나의 슬픈 역사를 말한다’, 신앙 간증집 ‘날지 않는 기러기’ 등을 토대로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담은 영화가 제작 중이다. △함북 청진 생(1942년) △투항, 귀순(1968년 1월 21일) △서울 침례신학대 대학원 졸업(1991년) △목사 안수(1997년) △기독인 월남귀순용사 선교회 이사장 △서울성락교회 원로목사.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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