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아버님 잘 지내시죠? 큰며느리예요. 저희는 잘 지내요. 가게도 둘이서 하기에 딱 좋고 애들도 다 잘 지내요. 어제는 비가 많이 왔어요. 두 분 걱정돼 전화 드리려다 ‘아! 안 계시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비가 오면 조심하라고, 눈이 와도 조심하라고 매번 전화 주셨는데 이제 그 전화가 그립습니다.
아버님,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지셔서 응급실로 모셨다는 연락을 받고 내려갔지만, 아버님께서는 이미 의식을 찾지 못하셨고 코로나19로 중환자실 면회마저 제한돼 가족들이 다 뵙지도 못했어요. 3주 동안 중환자실에 계실 때 딱 두 번 얼굴만 뵙고 나왔죠. 그때 제가 했던 말 기억하세요? ‘큰며느리 사랑해줘서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더 자주 말해드릴 걸 후회가 돼요. 그렇게 속절없이 인사도 못 하고 보내드려야 했어요.
어머님, 이제 안 아프시죠? 대학병원에 입원해 위암 치료 중이신 어머니께는 차마 아버님 소식을 전할 수 없었어요. 요양병원에 어머님이 입원하시던 날 남편은 애써 활짝 웃으며 어머님께 얘기했죠. 또 올 거니까 잘 지내고 계시라고, 가게 나가면 모시고 살 거니까 잠깐만 여기 계시라고. 그렇게 인사하며 돌아섰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어머님 앞에선 아기처럼 그렇게 밝게 웃던 남편이 돌아오는 차에서 꺽꺽 목놓아 우는데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어요.
어머니를 뵙기 위해 매주 토요일 새벽 기차를 타고 울산으로 내려갔었죠. 코로나19 때문에 요양병원도 면회가 금지돼 어머니를 직접 뵐 수 없었어요. 궁리 끝에 요양병원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어렴풋이 어머님을 뵀어요. 남편은 손을 흔들며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죠.
“엄마! 건너편 옥상 보이소. 아들 여기 있어요. 잘 지냅니꺼? 아픈 데는 없고예? 불편한 건 없어요?”
어머님께서는 잘 있다고, 얼른 올라가라고, 안 와도 된다며 한사코 전화를 끊으시려 하고 남편은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하고. 그렇게 건물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어머니를 안아드리지도 못하고, 사랑한다고 고맙다는 말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갑작스럽게 쓰러진 아버지를 제대로 뵙지도 못하고 보내야 했고, 위암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저 자식들 편하라고 요양병원에 계신 그런 어머니마저 가까이서 볼 수 없으니 가슴만 태울 뿐이었죠.
그렇게라도 우리 곁에 좀 더 계실 줄 알았는데 뭐 그리 급하게 아버님 곁으로 가셨는지요.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수없이 들었건만 그걸 깨닫지 못하고 두 분을 보냈네요. 부족한 며느리인데 마음 아픈 말씀 안 하시고 장사한다고 식사 거르지 말라는 그 말씀이 얼마나 그리운지 몰라요. 문득 떠오르고 눈물이 나지만 옆에서 잘 견디고 있는 어머님 아들 때문에 울지도 못하네요. 천천히 괜찮아지겠지요. 가족 모두 시부모님 바람대로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며 살게요. 두 분처럼 예쁘게 살게요. 아버님, 어머님 좋은 곳 여행도 하시고 맛난 것도 드시며 편안히 잘 지내세요. 너무 그립고 보고 싶고 감사합니다.
큰며느리 장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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