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질 거란 희망으로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겨왔는데 더는 버틸 재간이 없네요. 이젠 정말 가게를 접어야 하나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텅 빈 PC방에서 혼자 음식을 정리하던 업주 정모(50) 씨는 이처럼 하소연했다. 정 씨는 “당구장이나 실내야구장 같은 곳은 괜찮다면서 왜 PC방이 고위험시설에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부에서는 하루아침에 영업을 중단하라고 했는데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모르겠고, 대책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오후 9시에 찾은 강남역 술집 거리도 평소와는 달리 유동인구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아 한산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손님들로 북적였던 거리의 노래방과 유흥주점의 간판 불도 모두 꺼져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폭증하면서 서울시가 19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온전한 2단계를 시행해 PC방과 노래방, 유흥주점 등 고위험시설 12곳의 영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간혹 간판에 불이 켜진 PC방이나 노래방이 보였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면 문이 잠긴 상태로 불이 꺼져 있었다.
고위험시설에 포함되지 않은 마사지업과 숙박업도 타격이 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마사지숍을 운영 중인 A 씨는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코로나19로 외국인 손님이 끊긴 상황에서 최근 재확산으로 내국인 손님마저 줄어 가게 월세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8월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휴가객들로 국내 호텔 및 펜션 등 숙박업은 때아닌 성수기를 맞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 가평군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9월까지 예약이 다 차 있었는데 취소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내수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에게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은 치명타가 됐다. 서울 강남과 명동 등 주요 상권에는 성수기 장사를 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임대’ 팻말을 내건 점포도 생겨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는 총 554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만7000명 줄었다. 이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34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7만5000명이 줄어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민·김온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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