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보고에 담긴 권력동향

총정치국 제대로 작동 못하자
‘옥상옥’구조로 통제강화 노려
김여정 등에 권한 분산했지만
전문가 “김정은 자신감 표현”


국가정보원이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북한이 지난해 말 군정지도부를 설치했다고 밝히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중심의 군부 인적청산과 통제가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군정지도부의 위상은 기존 군에 대한 사상 작업을 벌이는 총정치국의 위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또한 김 위원장이 외교와 경제, 군사 등을 일부 측근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21일 국회 정보위에 따르면 전날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해 말 군정지도부를 신설해 최부일 당 군사부장을 초대 부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군정지도부는 북한군 내 사상·인사 작업을 총괄하는 부서로 기존에 이를 맡던 총정치국을 뛰어넘는 조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총정치국 위에 ‘옥상옥’ 구조로 군정지도부를 설치한 것은 군에 대한 당적 통제를 더 강화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기존 총정치국의 역할이 미진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군 총정치국은 김 위원장 시대 들어 잦은 부침을 겪어왔다. 2014년 5월에는 임명된 지 4개월 만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황병서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교체됐으며 2018년 5월에도 김정각 당시 총정치국장이 임명된 지 4개월 만에 김수길 평양시 당위원장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북한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의 잦은 교체는 당적 통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방증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보기에 총정치국 내 기득권이 상당하고 이를 차단해야겠다는 판단을 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군정지도부가 새로 출범함에 따라 향후 군 내 인사와 사상 문제를 주도하며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군은 사상적 통제를 통해 인사 문제를 검증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특히 군정지도부는 명칭에서부터 ‘지도’를 사용한다. 당내 인사 문제를 주도하며 최고 권력을 행사하는 조직지도부와 비슷한 위상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내 경제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군정지도부를 통해 군 내 인적 개편 등으로 내부 결속을 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대남·대미 외교는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맡기고, 군사 분야는 당 군정지도부의 최 부장과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경제 분야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 측근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통치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김 위원장의 권력 장악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이며, 권력을 위임해 통치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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