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니쥬는 JYP엔터테인먼트와 일본 소니뮤직이 손잡고 발굴한 일본인 9명으로 구성된 K-팝 그룹이다.
걸그룹 니쥬는 JYP엔터테인먼트와 일본 소니뮤직이 손잡고 발굴한 일본인 9명으로 구성된 K-팝 그룹이다.

JYP 전원 일본인 ‘니쥬’ 결성
오리콘 앨범 다운로드 10만건

YG 12명 男그룹에 4명 포진
빅히트 오디션에서도 맹활약

日, 美이어 세계 2위 음반시장
충성도 높아 매출 극대화 최적

정치적 이슈에서도 압박 덜해
4년째 굳게 닫힌 中시장 대체


“괜찮은 일본인 연습생 없나요?”

요즘 K-팝 시장에서 가요 관계자들이 심심치 않게 주고받는 말이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외국인을 그룹 구성원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독 ‘일본인 일변도’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한때 최대 한류 시장으로 불렸던 중국 출신 연습생들을 발탁하는 사례는 크게 줄었다. 20년 넘게 탄탄한 한류 콘텐츠 소비국으로 자리매김한 일본에 ‘3차 한류’ 바람이 부는 것에 발맞춘 행보라 볼 수 있다.

◇JYP·YG·빅히트…日 멤버에 몰두하는 3대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은 일본 소니뮤직과 손잡고 현지에서 진행한 글로벌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된 9인으로 걸그룹 니쥬를 결성했다.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니쥬를 ‘K-팝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논쟁을 뒤로하고 박진영이 만든 ‘메이크 유 해피’를 발표한 니쥬는 여성 아티스트 최초로 일본 오리콘 주간 디지털 앨범 누적 다운로드 10만 건을 달성했다. 이 외에도 애플 뮤직과 아이튠즈, 중국 최대 음원 플랫폼 QQ뮤직 등 해외 음악 사이트의 다양한 차트에서 총 107관왕을 달성했다.

박진영은 왜 이 같은 선택을 했을까? 그는 일본인 멤버 사나, 모모, 미나가 포함된 걸그룹 트와이스로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일본 활동 때는 당연히 이 3명이 중심이 되니 해외 그룹이라는 이질감을 줄일 수 있었다.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48’을 통해 데뷔한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이 사쿠라, 나코, 히토미 등 일본인 멤버 3명을 앞세워 일본 오리콘 차트를 석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니쥬는 이런 선례를 밑거름으로 해서 결성된 ‘완성형 현지화 그룹’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지난 7일 공식 데뷔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12인조 보이그룹 트레저에도 요시, 마시호, 아사히, 하루토 등 일본인 멤버 4명이 포함됐다. 트레저가 데뷔와 동시에 일본 라인뮤직에서 1위에 오른 데는 이들의 영향이 컸다.

이에 대해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트레저는 전체 멤버 12명 중에서 4명이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어 일본시장 공략에 유리하다는 강점을 보유했다”고 평가했고,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레저의 흥행 성공 시 일본과 관련된 K-팝 기록을 대부분 갈아 치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외에도 방탄소년단이 속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CJ ENM의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아이랜드’에서도 일본인 연습생 케이, 니키, 타키의 활약이 눈에 띈다. K-팝을 대표하는 유력 기획사들이 일제히 신규 그룹을 구성하며 일본인 멤버를 핵심 자원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YG엔터테인먼트가 새롭게 선보인 보이그룹 트레저에는 하루토(왼쪽 사진부터), 아사히, 마시호, 요시 등 일본인 멤버 4명이 포함됐다.
YG엔터테인먼트가 새롭게 선보인 보이그룹 트레저에는 하루토(왼쪽 사진부터), 아사히, 마시호, 요시 등 일본인 멤버 4명이 포함됐다.

◇왜 일본이어야 하나?

각 가요기획사 관계자들은 일본 시장에 몰두하는 이유에 대해 “시장성이 좋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일본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규모를 가진 음반시장이다. 음원 소비뿐 아니라 판매 단가가 높은 실물 앨범 판매량도 많다. 가요기획사 입장에서는 매출을 극대화하기 좋은 시장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팬들의 충성도도 높다.

K-팝 스타를 보유한 한 중견 기획사 대표는 “일본 팬들은 특정 그룹을 장기간 지지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스타의 사생활도 존중해주는 편이라 웬만한 스캔들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며 “게다가 각종 MD(머천다이즈) 상품 구매율도 높다. 공연장에 온 팬들이 준비해놓은 대부분의 MD를 구매하니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확고한 일본 시장은 정치적 이슈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한·일 관계가 경색되고 정치적으로 마찰음을 내는 것과는 별개로 한류 콘텐츠를 적극 수입하고 소비한다. 최근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가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후 일본 젊은층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주연 배우인 현빈인 일본 유력 잡지의 메인 모델로 등장하는 등 1차 ‘겨울연가’의 욘사마(배용준), 2차 ‘미남이시네요’의 근짱(장근석)에 이어 3차 한류 붐이 일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실망감은 일본 시장에 더 몰두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후 한류스타들은 일제히 중국으로 달려갔다.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우경화 정책 및 ‘혐(嫌) 한류’ 분위기가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한류의 중심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2016년 중순 한한령(限韓令·한류수입제한령)이 시작된 후 중국 시장은 4년째 굳게 문을 잠그고 있다. 그 사이 K-팝 그룹의 일원으로 데뷔해 인기를 얻은 몇몇 중국인 멤버는 팀을 무단이탈한 후 중국으로 돌아가는 등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먹튀’ 사례가 빈번했다.

배경렬 레디차이나 대표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시장이 정부 방침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렇듯 정치적 이슈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몇몇 중국인 멤버가 그룹 탈퇴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한류 콘텐츠 제작자들의 관심이 일본 시장으로 집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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