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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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호 경북대 명예교수 질타

한일 지식인 성명 10돌 대담
“평화헌법 개정 성공 못할 것”


“일본의 아베 정권은 ‘식민지배가 한국인의 뜻에 반(反)해 이뤄졌다’는 간 나오토(菅直人) 전 일본 총리의 담화문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한·일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폭풍 속에서 기적적으로 세운 ‘한·일 가교’를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영호(80·사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극우 강경노선으로 치닫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東京)대 명예교수와 함께 주도한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10주년을 맞아 최근 동북아역사재단 ‘뉴스레터 8월호’에 게재된 대담을 통해서다.

2010년 5월 이 성명을 통해 양국 지식인 1000여 명은 “한·일 병합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선언했다. 성명은 같은 해 8월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해 이뤄진 식민지배로 민족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의 ‘간 나오토 담화’로 이어졌다.

유하영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 연구위원이 진행한 대담에서 김 교수는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이 불법이자 무효임을 천명한 공동 성명은 지식인의 양심으로 한·일 관계에서 가장 난해한 문제가 풀리는 역사적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10년이 지난 현재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의 주요 문서에는 (공동 성명에 바탕을 둔) 간 나오토 담화가 빠져 있다”며 “아베가 각의 의결까지 거친 전(前) 정부의 공식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다. 폭풍 위에 겨우 만든 이 다리를 무너뜨려도 좋다는 이야기냐”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아베 총리의 평화헌법(헌법 9조) 개정 시도 역시 시민사회의 반대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베가 ‘전쟁에 의한 무력행사를 영구히 표기한다’는 내용의 헌법 9조를 개정하고 일본을 ‘전쟁 가능국’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며 “‘헌법 9조냐 안보냐’라고 하는 양자택일의 구도 속에서 포퓰리즘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등을 중심으로 평화헌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시민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깨어 있는 시민들이 헌법 9조를 지켜낸다면 일본 역사상 최초의 시민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강제 징용 기업의 자산 매각 문제에 대해서도 ‘타협 없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아베 정부는 (피해자 배상을 위한) 자국 기업의 자산 매각과 현금화가 실행되면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며 “정면충돌을 막는 ‘관리 정책’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원칙을 어겨가며 안일하게 타협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위로 그칠 수 있다. 아마도 이번 가을은 뜨거운 가을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소송 피고인 일본제철은 한국 법원의 자산 압류 결정에 불복해 이달 초 항고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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