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대법관, 사법농단 재판 증언
“기조실장 전화 받은적도 없어”
검찰 조사·공소 사실과 배치


노정희 대법관이 24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법원행정처로부터 통합진보당 관련 문건을 받은 적도 없고 이민걸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에게 관련 전화를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현직 대법관이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동원 대법관에 이어 두 번째다.

노 대법관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의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혐의 등에 대한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문건을 받고 읽은 적이 없고 이 실장과 개인적으로 전화하는 사이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실장이 2016년 2∼3월 노 대법관에게 전화해 통진당 사건 관련 검토 내용을 참고하겠느냐고 물었고, 이를 승낙받았다고 진술한 검찰 조사 및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법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날부터 9월 4일까지 2주간 휴정을 권고했으나 재판장 재량에 따라 재판은 예정대로 속행됐다.

노 대법관은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전화를 걸어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으로 통진당 사건에 관해 회원들과 함께 공부한 적이 있다’고 운을 떼길래 제가 맡고 있는 사건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국회의원 사건과 지방의회 사건 쟁점은 다르다’고 답변하고 그 이후에 더는 관련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전화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심적 부담감을 가질 만한 내용도 없었고, 판결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임 차장을 비롯한 법원 내부로부터 영향이나 압력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노 대법관은 2016년 광주고법 전주제1행정부 재판장으로,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행정소송 항소심을 맡았었다. 당시 통진당 소속 전북 도의원이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 퇴직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퇴직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검찰은 해당 판결에 앞서 법원행정처가 노 대법관에게도 부당한 압력을 넣었고 그로 인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노 대법관과 이 실장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재판부의 결정이 주목된다. 노 대법관은 이날 재판 출석 전 취재진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니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밝히고 재판정으로 들어갔다. 앞서 지난 11일 같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에서 관련 문건을 받은 것은 맞지만,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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